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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종·최용훈 "코 끝 찡한 정도의 감정 다루고 싶었다"
연극 <콜라소녀>로 다시 호흡 맞춰
2013-03-09 09:00:00 2013-03-09 11:06:5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가가 흥행 연극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에 이어 다시 한 번 관객몰이에 나선다.
 
작가와 연출이 다시 손을 맞잡은 작품은 '2012 서울연극제' 인기 작품상을 수상한 <콜라소녀>다. 공연기획사 코르코르디움, 극단 작은신화가 공동제작하고 8일부터 4월 14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된다.
 
<콜라소녀>는 일상에서 흔히 겪는 가족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 작품이다.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 아들의 환갑을 맞아 다른 두 아들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의 소재는 평범한 듯 하지만 따뜻하면서도 산뜻한 작가의 필력, 깔끔하고 세심한 연출력이 든든하게 작품을 뒷받침한다. 이미 2012서울연극제 당시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 동원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캐스팅도 2012년 서울연극제 공연 당시와 같다. 김용선, 남기애, 장용철, 박성준 등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극의 유연한 흐름을 돕는다.
 
8일 첫 공연을 앞두고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가가 공연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다음은 작가,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작품 제목이 <콜라소녀>인데 의미가 궁금하다.
 
▲(김숙종) 원제는 <코카콜라>였다. 그런데 저작권 때문에 사용 못했다(웃음). 콜라를 마시고 나서 트름이 나올 때 코 끝이 찡하지 않나. 너무 질척하고 진한 정도의 감정 말고 딱 그 정도의 애잔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난해 공연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최용훈) 공간이 많이 좁아져서 거기 맞추려고 많이 신경 썼다. 이 극장 공간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오늘은 1막에서 흐름이 처지고 실수가 나와 아쉽다. 저번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다만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운 점을 고려해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에 이어 김숙종 작가와 최용훈 연출가가 함께 하는 두번째 공연이다. 이번에 함께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김숙종)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의 경우에는 '2인극 페스티벌' 측에서 주선해주셔서 최용훈 연출가를 만나게 됐다. 이번 <콜라소녀>는 내가 최용훈 연출가와 하고 싶어서 먼저 말씀 드렸다. 희곡이 '배우, 희곡을 찾다'라는 공모에 당선됐는데, 주최측에서 어떤 연출과 작업하고 싶냐고 물어보더라. 최용훈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내 성격이 사람과 친화적이지 않고, 어리버리한데 최용훈 선생님은 편하게 잘 해주신다(웃음). 작가의 텍스트를 많이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다. 연출과 함께 같이 하면 작품이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령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의 장면 중 개구리 전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 장면은 연출님이 만들어주신 거다. 이번에도 큰 아들이 사위감과 함께 술 마시는 부분에서 감칠맛 나는 장면을 연출가가 만들어 주셨다. 내가 연극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서 연극 언어를 잘 모르고 문학으로 희곡쓰기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출가가 연극의 언어로 만들어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감사하다.
 
▲(최용훈) 김숙종 작가는 '2인극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났다. 그 때 참여한 연출자들 중에서 마침 내가 제일 선배여서 주어진 텍스트 중 먼저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이 있었다. 그게 인연이 돼서 공연을 했고, 재공연을 했고, 장기공연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3년 반 동안 관객의 좋은 호응을 받으며 공연할 수 있었다. 그러고서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왔다. 김숙종 작가가 이런 희곡을 썼는데 나랑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희곡도 안 읽어보고 하겠다고 했다. 젊은 작가지만 가능성이나 미래에 대한 믿음, 기대가 있다. 사실 몇 년 함께 작업하다 보니 친하다(웃음). 그래서 계속 하는 것 같다.
 
-작품 중간에 죽은 딸 명희가 함께 와서 가족사진을 찍는 등 사진 찍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김숙종) 명희가 가족사진을 못 찍고 죽지 않나. 명희는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생전에 가족사진을 찍지 못한 게 그런 점도 작용했을 것 같다. 진짜 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사후 가족사진 찍는 장면을 사용했다.
 
-명희에 대한 사연이 극중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작가의 어떻게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숙종)명희는 아버지가 바람을 펴서 낳은 딸이고, 친모는 명희를 버리고 간 것으로 설정했다. 명희가 일곱 여덟 살 정도 아이의 머리 스타일을 하고 등장하는 것도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정도 나이일 것이라고 설정했기 때문이다. 명희는 끊임 없이 가족들 안에 들어오고 싶어 했지만 어쨌든 밖에서 들어온 자식이기 때문에 형제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오래도록 명희를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 것도 그래서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내 딸'이라고 했지만 진심으로 자기 자식이라고 인정 안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서로 화해하는 부분이 나오게 된다. 명희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녹여내지 않은 것은 이 연극이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며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창작극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용훈) 나도 그렇고 극단 작은 신화도 그렇고 창작극을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11월에도 새 작가와 우리 연극 만들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극이라는 게 우리 이야기를 담아 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물론 좋은 외국 희곡들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통용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보다도 우리 작가가 우리 글로 진짜 우리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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