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재정절벽' 피했지만 곳곳에 암초
유럽재정위기·스페인 대규모 국채 만기 등 불안요소 여전
환율하락도 복병..수출기업에 타격
2013-01-03 14:20:38 2013-01-03 17:11:3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한국경제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환율 하락 등 곳곳에 암초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국 재정절벽의 타개 법안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극적으로 통과하면서 한국경제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 재정절벽 문제는 세계경제의 뇌관이자 유럽 재정위기와 함께 올해 한국경제를 압박하던 대외요건 중 하나였다. 이에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 소식은 한국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급한 불은 꺼졌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한국경제도 그런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재정절벽이라는 세계경제 암초 하나만을 피했을 뿐 앞으로 2~3개월 동안 국내외 경제를 좌지우지할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전망에서 1분기에 국제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커질 것이라며 스페인 대규모 국채 만기,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미이행, 이탈리아 총선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미국 재정절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충격이 전혀 없는 경우보다 0.3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에 따른 급격한 해외 자본 유입과 가파른 환율하락 등도 국내경제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새해 첫 거래일부터 달러당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1원(0.66%) 하락한 1063.5원에 장을 마감했다. 3일 오후 현재도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5원 내린 106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107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9월5일 1068.8원을 기록한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으로도 지난해 9월14일 11.2원 하락 이후 최대 폭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속히 떨어지면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은 큰 타격을 입는다.
 
먼저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외화의 가치가 원화 대비 낮아지면서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 중국 등 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환율 하락속도가 가팔라지자 정부도 구두개입에 나서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박재완 장관은 이날 환율이 급락하자 "재정절벽이 해소되면서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과 함께 환율 등에 특정 방향으로의 쏠림현상이 걱정된다"며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대응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해 자본 유입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화값이 치솟으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대기업들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채산성과 향후 시장개척에 불리한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수출 기업들이 원화 강세, 엔화 약세 국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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