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당국의 이주노동자 금융지원 권고에 '시큰둥'
SC·대구銀 외엔 추가 금융지원 검토조차 안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 필요 목소리도
2012-05-15 15:11:40 2012-05-15 17:54:49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금융당국의 저개발 이주 노동자에 대한 금융지원 권고에도 시중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은행에서는 내국인과의 형평성 차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더라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높다.
 
15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시중은행들에게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권고했다. 현재 은행들이 부과하는 해외 송금수수료가 이주 노동자들에겐 부담이 많다는 고용노동부와 외교 사절단들의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소득 외국 노동자들이 외화 송금 수수료 부담이 커 고용노동부에서 금감원에 협조 요청을 해왔다"며 "올 초에 은행이 사회공헌 측면에서 네팔, 스리랑카 등 저소득 이주노동자들이 송금할 때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취지로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영업 목적도 있기 때문에 전 권역에서 시행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감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배려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C은행과 대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네팔, 스리랑카 등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의 자국 송금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이들 외국인에 대한 추가적 금융지원 계획은 물론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내국인과 외국인간 해외 송금수수료 간 차이가 없다. 이 은행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2000달러 이하면 1만원, 5000달러 이하면 1만5000원, 1만달러 이하면 2만원, 1만달러 초과면 2만5000원의 당발송금 수수료를 수취한다. 다만, 인터넷이나 모바일, ATM 송금의 경우엔 수수료가 면제된다. 전신료는 건당 8000원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의 수수료 면제 이야기는 있다"면서도 "내국인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007년 12월에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해외 송금수수료를 내린 이후 추가 인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리은행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1000달러 이하 해외송금 수수료를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내렸고, 1000달러에서 5000달러 이하는 1만5000원에서 9000원으로, 5000달러 초과는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내렸다. 전신료도 8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우리은행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점포 6개를 가지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요율을 낮췄기 때문에 송금수수료 추가 인하를 검토하거나 계획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2008년 9월에 베트남, 몽골 근로자를 위한 복합 서비스 패키지인 '하나 페이 이지(Pay-Easy) 서비스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인도, 스리랑카, 중국 등 국가를 늘린 것 외에 저개발 이주 노동자를 위한 송금수수료 추가 인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도 현재까진 내국인과 외국인간 해외 송금수수료 간 차이가 없다. 이 은행은 자동화기기(CD, ATM)나 인터넷 뱅킹을 활용한 송금수수료 50% 할인, 외화통장인 '신한마이월드 송금통장'을 통한 30% 할인 외에 추가 송금수수료 인하는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내국인과 외국인간에 해외 송금수수료 차이가 없다"며 "현재 저개발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수료 인하는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SC은행과 대구은행은 네팔, 스리랑카 등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돈을 보낼 경우 해외 송금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SC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송금수수료를 오는 9월19일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SC은행 관계자는 "2월에 금감원에서 은행들의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말이 있었다"며 "우리 판단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다 생색내기용 수수료 인하가 아닌 면제를 하는 사회공헌활동 측면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개발국에서 온 외국인들의 수입은 우리나라 평균보다 낮은데, 이분들한테 내국인과 외국인간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이 분들에게 해외 송금수수료를 면제해 드리는 것은 서민금융 지원의 한 맥락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 역시 지난 7일부터 저개발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송금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최중원 대구은행 국제업무부 과장은 "정부는 물론 은행 내부에서도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송금수수료를 혜택을 줄 수 공감대가 형성돼 시행하게 됐다"며 "자체적으로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6개월이나 1년 동안 시행한 뒤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정부와도 의견을 조율하여 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은행 자체적으로 권고 사항을 받아드린다면 실질적으로 우러나오는 사회공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예전에 선진국으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도와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조 사무총장은 "사회 저소득층에 대해 은행 수수료를 감면해 주듯이 우리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자체를 형평성 측면에서 볼 필요는 없다"며 "외교적인 요청에 은행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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