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낮지만..그럼에도 서울이 좋다?
"서울에 대학·일자리 집중..주택부족·환경오염 덜 중요"
2012-02-23 09:36:45 2012-02-23 11:32:48
[뉴스토마토 임애신·황민규 기자] 서울 시민 평균 연령 38.2세. 가히 서울을 젊은이들의 도시라고 부를만 하다.
 
사람과 기업·돈이 밀집된 서울에 인력이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 좀 '잘 났다' 싶은 인재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서울과 지방과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도 안 되는 서울에 10명 중 2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요 일자리가 서울에서 창출될뿐 아니라 문화와 복지 수준이 높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서울로 몰리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팍팍해지면서 주거비 부담 등으로 인해 지방으로 이동하고 KTX 등의 발달로 일일 생활권 시대가 열리며 서울을 벗어나는 이들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서울은 북적거린다.
  
◇서울에 어떤 사람이 사나?
 
2010년 기준으로 서울의 보통가구는 월 325만원을 버는 전문대 이상의 40대 가장으로 조사됐다. 평균 가구원수는 2.76명이다.
 
서울 시민의 평균 연령은 38.2세로 남자가 37.3세, 여자가 39.1세로 나타났다. 서울시민은 평균 28.9년을 서울에서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혼자사는 가구는 23.8%다. 이들의 평균 소득은 190만원으로 일보다는 여가를, 집보다 승용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고령사회의 중심 세력인 베이비부머는 712만명으로 서울인구의 14.6%를 차지했다. 베이비부머의 평균소득은 391만원이었다.
 
서울 시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2008년 69.22점에서 2009년 72.4점, 2010년 73.5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그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 10명중 7명은 100만원 이하의 소득자였다. 노인 중 20%가 소득 없으며 무소득 노인 중 여성 노인이 24%로 남성 노인보다 8%포인트 더 많았다.
 
 ◇서울 내 집 마련은 꿈?..교통정체 '여전'
 
지난해 부산·대구 등 6개 광역시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하지만, 지방과 서울의 집값 격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말을 기준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3767만원으로 조사됐다.
 
부산은 1채당 평균 매매가격이 2억702만원, 대전은 1억9437만원, 광주는 1억2729만원 등이었다. 전국에서 아파트 1채당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싼 곳은 전남으로 1억648만원에 불과했다.
 
서울과 지방의 전셋값 격차도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셋값이 2억6398만원(강북권 2억1508만원, 강남권 3억414만원)에 달했으나 부산은 1억3609만원에 그쳤다. 또 대전이 1억2715만원, 울산은 1억2204만원, 대구는 1억1578만원, 광주는 9601만원이었다.
 
아파트 1채당 평균가격이 가장 낮은 광주의 경우 아파트 2채를 팔아야 서울에 전셋집을 얻을 수 있었고,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광주 아파트 5채를 팔아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전국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서울시민의 가계부채가 3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높은 전세 및 매매값(66.1%)과 교육(11%), 생활비(교육·의료 제외) 관련 부채(11%)가 원인이다.
 
아울러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내 교통정체구간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심야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통정체를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극심한 정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는 도심지 생활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는 국민들을 지치게 한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해당 지자체 등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서울시내 도심권 통행속도는 16.6km/h 수준으로, 울산(28.9km/h), 대구(25.7km/h), 광주(20.81km/h) 등 광역시보다 월등히 느리다.
 
◇서울시민 행복하나?.."글쎄"
 
서울 거주자 중 50.3%가 월 평균 총 가구소득이 210~450만원인 중산층에 해당됐다. 그럼에도 서울시민의 절반 이상인 51.3%가 자신의 정치·경제·사회적인 위치가 '중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양극화 심화로 인해 실제적인 중산층마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평균 수명은 2000년 76.0세에서 2009년 80.5세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민의 자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진두생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자살자는 2006년 1742명에서 2010년 266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4년간 무려 자살자가 53.2%나 늘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가 가장 컸다.
 
익명을 요구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현대인들이 무한 경쟁 체제에 놓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고 있다"라며 "혼자 마음에 담아두면서 병을 키우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은 자녀 보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녀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시의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기혼여성은 1.96명의 자녀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0.9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이상적인 자녀수와 실제 자녀수가 각각 2.0명·1.87명인 것이 못미친다.
 
김수연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서울시민이 희망하는 자녀수보다 실제 출산하는 자녀수가 크게 낮다는 것은 생식 보건권이 취약한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좋다
 
수도권이 지역 경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수도권 집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행정기관이 모두 서울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복잡한 주거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서울시민 1인당 소득은 괄목할만하다. 통계청의 '2010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서울의 1인당 개인소득은 1593만7000원으로 울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아울러 민간소비와 지역내총생산·지역총소득 등이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돈 지역은 서울과 울산밖에 없었다.
 
지난 1990년부터 서울에서 인구가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서울의 인구밀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서울까지 1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는 범 수도권이 형성되며 잠만 경기도에서 자고 일은 서울에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9세 때 서울로 온 우 모양은 "지방에 살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서울에 와보니 확실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다시 지방에 내려가서 사라고 하면 답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요 대학이 서울에 있다보니 청년층을 유인하는 가운데 주요 일자리 때문에 구직자들도 몰리고 있다"며 "이 같은 과밀로 인해 주택부족·높은 물가·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이 같은 과밀 혼잡 비용보다 기대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낮더라도 서울에 모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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