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증권업계가 비좁은 여의도를 떠나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 남미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4월~9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4000만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구체적인 전략이 없이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해외진출의 현 주소와 향후 개선점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지난해 말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개막과 함께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글로벌 IB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사업 실패의 요인으로 ▲ 글로벌 하지 못한 기업전략 ▲ 한국적 기업구조와 문화의 한계 ▲ 되풀이되는 과당경쟁 등을 꼽고 있다.
◇ 해외사업 실패, 통일된 기업전략 부재
국내 대형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시각을 바탕으로한 진정한 기업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시장에 비해 불확실성이 훨씬 높은 시장에 대해 국내적 전략이나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거나 단순히 기회가 많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부딪히며 기회를 잡겠다는 무리한 도전적 진출만을 강조하고 있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자에 불과한 국내 증권사들의 브랜드력 강화를 위해서는 역내 사업과 산업에 대한 리서치를 강화하고 점차 기업과 역량에 대한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증권사 스스로가 명확한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을 고려하고 이를 통한 국내외 투자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역량의 강화노력과 시장내 사업기회에 대한 분석에 나서야 했지만 이 부분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잘하는 것을 갖고 나가야 조기 수익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물을 통한 브로커리지와 세일즈에 나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한 메가트렌드를 외면한 점도 실패요인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해외 IB들 사이에선 중국이 오는 2020년까지 현재 80여개 정도인 도시를 280여개까지 늘리기로한 '중국의 도시화'라는 메가트렌드가 이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이를 파이낸싱 확대와 투자자 유치의 기회로 여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글로벌 트렌드 접근에 대한 한계도 드러냈다.
◇ 여전한 과당 경쟁..경쟁력 떨어져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서로간 수수료 인하 등 갖가지 출혈 경쟁을 벌여왔다.
문제는 홍콩을 비롯한 선진 시장과 신흥시장에서 새로운 제2라운드에 들어간 현 시점에서도 이전의 과당 경쟁의 폐해를 버리지 못했다는데 있다.
야심차게 해외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설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해외 투자자는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부각되어 있는 대형 기관투자자에 한정돼 있다.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부각되어있는 대형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벌이는 출혈경쟁은 마케팅 비용은 늘리는 반면 수수료 수익은 점점 줄여 수익창출이란 애초의 목표달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애초에 후발주자로서 소규모 헤지펀드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중소규모의 기관투자자 발굴에 실패한 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아닐 수도"
글로벌 IB 담당자들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시장 부진원인으로 지나친 하향식 구조의 즉흥적인 한국적 기업문화를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잦은 교체와 함께 매번 바뀌는 전략탓에 시장의 신뢰도를 얻지 못했다.
해외 IB 비즈니스의 성패의 8할이상을 차지한다는 '탑 탤런트(인력)'의 확보와 운용에도 실패했다.
박상순 보스턴컨설팅 파트너는 "IB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확보"라며 "브랜드력이 낮은 국내 증권사가 탑 탈렌트를 갖춘 인력을 영입하고 운용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내 브랜드력이 적다보니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력이 한국 기업에 매력을 가지지 못하거나 간혹 영입된 인재라도 하향식 중식의 '지시와 수행'위주의 한국적 조직문화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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