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위기진단)⑨외환보유액 3천억弗 위기관리에 충분?
2011-10-05 15:51:17 2011-10-05 18:16:09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되고 미국 더블딥 위기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재정위기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금융 패닉은 시장불안에 그치지 않고, 고물가와 가계부채, 재정과 경상수지 악화, 부동산시장 침체,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먹구름이 짙어가고 있는 국내 거시경제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로벌 및 국내 경제·금융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⑨
 
최근 우리 경제가 유로존 신용리스크 확산에 따른 각종 악재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적정 논란이 일고있다. 
 
300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에 대해 정부는 달러스왑 등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외환보유액이 더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정부 "현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충분하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033억 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642억달러에 비해 391억달러 많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외환보유액 적정여부에 대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8년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외화유출 규모를 보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볼때 우리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이 개선됐다는 것은 인정한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이 2008년 51%대에서 현재 37% 수준으로 개선됐고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 규모도 현재 1015억달러로 2008년 1462억달러에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 재정위기의 파장과 영향력이 2008년 금융위기처럼 극심한 신용경색을 몰고 올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시작으로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손실 추정액은 2조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그리스 디폴트로 위기가 마무리된다는 가정하에 손실규모는 30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허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정 외환보유액은 3100억달러 수준이라는게 학계의 의견이었다"며 "지금은 2008년과 같은 신용경색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 않은데다 외환시장 구조가 개선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수준에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2008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충분하다"..결국 '사실상 외환위기'
 
하지만 최근 금융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이 이를 방어하기위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자, 3000억달러 갖고는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환보유액의 적정한 수준에 대한 논란은 있기마련이지만 무리한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던 1997년과 2008년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외환보유액, 외채구조 등을 보면 현재의 어려움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며 "확실히 컨트롤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2008년 3월~11월동안 637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탕진하면서 사실상 제2의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같은 이유로 외환보유고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추이도 불안하다. 지난달 추석 연휴 이후 금융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달러를 시장에 풀었고 그 결과 한 달 동안 88억달러라는 외환보유액을 써버렸다. 감소 폭은 리먼사태 이후 신용경색이 극심했던 2008년 11월 이후 거의 3년만에 최대치다.
 
◇ "최악 사태 터지면 3000억弗로는 부족"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불안을 몰고 온 유럽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더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 수준이 부족한 것은 아니어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외환보유고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을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성 투기자금 유출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은행으로 전이되는 양상인데 자금경색이 심화될 경우 이들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6월말 5261억달러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말 4567억달러에 비해 많으며 이중 30%가 금융불안의 진원지인 유럽계 자금이다. 주 연구원은 "외국인 증권 투자의 20%인 1000억 달러가 유출될 경우까지 생각하면 적정 외환보유고는 최소 3848억 달러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놓고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나라별로 경제여건이 다른 만큼 적정 수준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평상시에는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지만 위기시에는 이 부분이 시장 안정에 일조하는 편익이 크다"며 "비용과 편익 중 어느 선에서 적정 수준을 찾을 것이냐가 중요한데 이를 판단할만한 기준은 사실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시장 쏠림에 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선 외환보유액을 가급적 넉넉히 보유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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