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내란 인정' 첫 판결…대통령 친위쿠데타 '엄중 처벌'
한덕수 1심 재판부, ‘12·3 계엄=친위쿠데타’ 규정
‘위로부터의 내란’ 첫 판단…'기존 판례' 적용 안 해
윤석열 측 ‘경고 메시지성 계엄’ 주장도 사실상 기각
법조계 “윤석열 내란 본류 재판 선고 기준점 될 것”
2026-01-21 18:22:26 2026-01-21 18:47:4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계엄을 선포한 윤씨의 행위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라고 규정한 겁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을 윤씨의 ‘친위쿠데타’, 즉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판단, 현직 대통령에 의한 내란은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선고는 향후 윤씨의 내란수괴 혐의 1심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오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내란특검의 구형량인 징역 15년을 훌쩍 뛰어넘는 이례적 중형입니다.
 
이번 선고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했던 기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위로부터의 내란’인 이번 사건의 형량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과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10·26 사건이나 전두환·노태우 씨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등은 모두 대통령이 아닌 자들에 의해 자행된 ‘아래로부터의 내란’이었습니다. 반면 12·3 비상계엄 사태는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내란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한 겁니다. 즉, 기존 내란 사건의 판례를 기준으로 삼은 특검의 구형량은 사안의 엄중함에 비해 가벼웠다는 지적입니다. 헌법 수호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에 의한 ‘친위 쿠데타’를 더욱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준엄한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먼저 윤씨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계엄 포고령 발표, 군·경을 동원한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등 행위에 대해 “형법 87조 내란행위에 해당한다”며 “12·3 내란”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면서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데, 이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며 “그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든다”고 말했습니다. 12·3 계엄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번지는 과정에서 보듯,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위로부터의 내란’이 지닌 반사회적 위험성을 더욱 엄중히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법조계는 이날 선고에 대해 재판부가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를 기존 내란 사건보다 무겁게 평가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법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형남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사법적으로 처벌한 세계사적 선례는 극히 드물다”라며 “우리나라는 재판을 통해 독재 세력을 단죄함으로써 세계사적인 이정표를 세웠으며, 이는 ‘K-헌법’의 모델로서 국제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오는 2월19일로 예정된 윤씨의 내란 본류 재판 선고 결과를 가늠하는 중대한 기준점이 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사태가 6시간여 만에 종료된 점, 실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 전 총리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엄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었던 건 내란 가담자들의 의지가 아니라, 국민과 일부 정치인, 그리고 군·경 관계자들의 저항과 노력 덕분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 계엄이었다”라는 윤 씨 측의 핵심 방어 논리를 사법부가 기각한 셈입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 역시 이날 선고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 전 총리는 군·경을 직접 동원하지 않았음에도 국정 2인자로서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방조하고 묵인한 책임이 인정됐다”며 “재판부는 내란중요임무종사자 중에서도 한 전 총리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내란 가담자 중에서 말단 실행자들의 형량을 10~15년 정도로 보고, (상대적으로 가중해) 한 전 총리의 형량을 23년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기준으로 볼 때 김 전 장관과 조 전 청장의 형량 역시 징역 23년을 하한선으로 해 최종 형량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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