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피자 먹고 힘 좀 나시나요"
2026-01-05 06:00:00 2026-01-05 06:00:00
대한민국 수출은 1964년 1억달러를 달성한 지 61년 만에 연간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수출 사상 최초이자 신기록이다. '세계 6번째' 연간 최대치로만 듣고 보면 대한민국의 글로벌 수출 강국은 명실상부하다. 하지만 대내외 리스크 등 어질어질했던 평지풍파를 딛고 일궈낸 쾌거일까. 이 화려한 수식어 이면은 냉혹하다.
 
아직 국제기구의 최종 연간 비교 통계가 모두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근까지 집계된 세계 10대 수출국의 증가율 추정치는 홍콩 16%대, 독일 11%대, 네덜란드 10%대, 이탈리아 6%대, 일본 6%대, 중국 5%대, 멕시코 4%대, 미국 4%대, 프랑스 3%대다.
 
한국 수출 3%대 증가율은 여전히 '최하위권'으로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프랑스와 궤를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관세 칼바람이 불던 올해, 선주문·밀어내기 등 우리나라 수출만 잘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벌어들일 때 다른 나라는 더 많은 성과를 냈다는 얘기다.
 
수출 총액은 경제의 '크기'를 보여주지만, 증가율은 '속도'와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즉, 주요 경쟁국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한국경제호'만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사상 최대 금자탑이라는 표현인 동시에 상대적 정체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의 고질적 문제는 깊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구조는 단기 호황을 통한 성과를 끌어올리지만 글로벌 환경이 바뀌는 순간 취약성을 노출한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게 이를 방증한다.
 
대통령이 보낸 피자에는 달콤함만 있진 않을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망쳐놓은 악재를 딛고 일궈낸 격려의 화답이자 더 노력해달라는 당부도 서려 있다고 본다. 새해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가 우리 수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멕시코의 관세 인상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2년 연속 7000억달러 달성'이라는 정부의 장밋빛 목표를 위협하는 리스크다. 혹자들은 단순히 양적인 수출액 경신에 도취해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산성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반도체라는 외바퀴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청정에너지 등 미래 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체질 개선도 절실하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원맨쇼'를 벌이는 동안 고사 위기의 제조업들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지표상의 성과가 국민의 삶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층 간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자산 지니계수를 보면, 전년에 비해 0.014 상승한 0.625를 기록했다. 평등할수록 0에, 불평등할수록 1에 가까워지는데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역대 최고를 찍은 경우다.
 
성장의 결실이 사회 전반으로 흐를 수 있는 분배의 혈로를 찾아야 한다. '7097억달러'라는 금자탑 뒤에 숨은 '증가율 최하위', 그리고 '자산 불평등 0.6'이라는 경고음을 무시한다면 여느 학자의 경고처럼 조선시대 말기 수준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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