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내년 스마트폰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주요 기업 간 장기공급계약(LTA) 만료 시점까지 다가오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진 까닭입니다.
지난 10월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메모리 부품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D램(RAM) 공급업체 간 체결한 장기공급계약(LTA, Long-Term Agreements)은 내년 1월 만료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내달 중 D램 공급 가격과 공급 기간을 놓고 재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공급 가격입니다. AI 인프라 확대로 데이터 처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메모리 품귀 현상이 현실화한 데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에 집중하며 스마트폰과 PC에 사용되는 범용 D램 공급 여력이 빠듯해졌기 때문입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사업부문별 재고자산 보유 현황을 보면 반도체(DS) 부문 완성품 재고는 2023년 말 6조4767억원에서 작년 말 5조3944억원, 3분기 말 3조4043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도 13조4807억원에서 13조3139억원, 올해 3분기 말 13조1564억원으로 감소세입니다. 재고가 감소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특히 LTA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가격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만료 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AI 특수에 따른 가격 재조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메모리를 구하는 게 워낙 어렵다 보니 칩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지 않겠나”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올라탄 가운데 범용 D램 품귀 현상이 가속화하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재고 확보 여부가 경쟁력이 된 셈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D램 가격의 상승도 가파릅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판매가격은 전달보다 15.7% 오른 8.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 1.35달러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6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D램 고정거래 가격이 8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 9월(8.19달러) 이후 7년 만입니다.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구조에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이 LTA 재협상을 진행해 D램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아이폰 18 시리즈나 맥북 Pro 등 전자 제품 전반에 걸쳐 소비자 가격 상승이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9월에 제시한 ASP 전망치(3.9%)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D램 공급난으로 인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면서 가격은 오르고 출하량 자체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비스가 상업화되고 추론(Inference) 단계로 진화하면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D램 수요도 급증하고, AI 메모리 수요가 HBM 중심에서 서버용 메모리까지 빠르게 확산되며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공급 부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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