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퍼시스(016800)그룹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면서 퍼시스그룹 오너 2세인 손태희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9일 가구업계 등에 따르면 퍼시스그룹 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3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다 잦은 조직개편, 인사 조정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관계자는 전해졌습니다. 손 사장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대리점 위탁 판매 전환, 해외 사업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퍼시스와 시디즈가 모두 영업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사무가구 1위 브랜드인 퍼시스의 올 3분기 매출액 80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13.6% 줄었습니다. 2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국내 의자 시장 1위 브랜드인 시디즈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습니다. 3분에도 19억원의 영업 적자를 내 올해 3개 분기 누적 적자가 61억원에 달합니다.
가구업계 업황이 좋지 못하지만 경쟁사와 대비해도 감소폭은 큽니다. 사무가구 경쟁사인
현대리바트(079430)의 상황은 퍼시스보다 나았습니다. 현대리바트는 오피스 영업 환경이 악화됨에도 매출과 이익 개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 3분기 현대리바트의 B2B(기업 간 거래) 가구 중 오피스 가구의 매출은 4.9%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건설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빌트인 가구 영역이 B2B 가구 매출로 묶여있어서 전체 매출 감소폭은 컸지만 오피스 가구 매출 감소폭은 퍼시스 대비 적었습니다. 현대리바트는 오피스 기반의 B2B 인테리어 사업도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3분기 퍼시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퍼시스 측은 국내 사무가구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국내 최고의 가구 브랜드로 지속 성장해 나아가며 중장기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활로를 개척해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퍼시스는 38개국에 사무가구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250여개 국내 대리점과 해외 38개국 현지 에이전트를 통한 판매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퍼시스그룹 사장 자리에 앉게 된 손 사장은 해외시장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퍼시스가 전면 도입한 대리점의 위탁판매 정책도 힘을 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퍼시스는 지난해 위탁판매를 전면 도입했습니다. 위탁판매는 퍼시스 본사가 고객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이 제품 검수 완료 후 판매대금을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대리점은 사전 계약한 수수료율에 따라 판매수수료를 지급받습니다. 본사는 위탁판매 도입을 위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손질하고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고객사들의 불만만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퍼시스 대리점 관계자는 "시스템이 바뀌고 행정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졌다. 10여년간 거래하던 업체가 의자 1개를 구매할 때도 해당 업체 신용도에 따라 선불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에 대리점에서는 영업을 위해 외부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담당자 승인, 품위 등 행정적인 업무가 늘어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곤란한 상황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리점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오히려 낙수효과로 다른 사무가구 브랜드가 오히려 혜택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손태희 퍼시스그룹 사장. (사진=퍼시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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