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11월15일 한강버스 '멈춤 사고'를 일으켰던 한강버스 102호는 9월에도 조타 장치 관련 고장이 두 차례나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9월22일 방향타 고장으로 강 한가운데 멈춰 선 데 이어 나흘 뒤인 26일에도 조타 중 정침(定針)이 안 되는 고장이 발생했던 겁니다. 102호가 멈췄던 11월15일 아침 발전기 고장으로 비상 운항한 104호도 9월에 발전기가 고장을 낸 이력이 있었습니다. 선장들이 작성한 사고 보고서에는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운항 압박을 받아 불가피하게 투입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청이나 한강버스는 그간 단 한번도 사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강버스 사업에 흠집이 생길까 우려했던 걸로 풀이됩니다.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위해 시민의 안전과 알 권리는 뒷전에 밀린 겁니다.
5일 <뉴스토마토>는 102호와 104호 관련 사고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보고서엔 한강버스에서 발생한 시스템 관련 사고 내역과 원인이 기록돼 있습니다.
11월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운항하던 한강버스가 멈춤 사고를 일으켰다. 이튿날인 16일 관계자들이 선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좌초 102호, 9월에만 '조타 관련' 고장 두 차례
지난달 15일 오후 8시25분쯤 잠실행 한강버스 102호가 잠실선착장 인근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다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경찰과 소방이 출동한 끝에 승객 82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그런데 102호 선박의 선장이 작성한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배의 고장은 멈춤 사고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인 9월22일 오후 7시쯤에도 102호가 강 한가운데서 멈추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후 오른쪽 방향타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20여 분간 멈춰 선 겁니다. 승객 114명은 탑승해 있었고, 운영사는 왼쪽 방향타만으로 뚝섬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 전원을 하선시켰습니다.
나흘 뒤인 9월26일에도 102호엔 조타 장치 고장이 발생했습니다. 사고 보고서엔 "2025년 9월26일 12시40분쯤, 마곡선착장에서 선장이 조타 중 정침이 안되는 것을 확인함"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원인에 관해선 "우현 타기 쪽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으로 인해 전기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문제 발생"이라고 적혔습니다.
조타 장치는 선박의 방향을 제어하는 핵심 장비입니다. 정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선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조종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운항 중 조타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선박이나 구조물과 충돌하거나,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탈할 위험이 있습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9월에만 조타 관련 고장을 두 차례 일으켰던 102호는 결국 두 달 뒤 멈춤 사고까지 일으킨 겁니다.
악몽의 11월15일 아침엔 104호도 발전기 고장
82명의 승객을 주말 저녁을 악몽으로 만든 102호의 멈춤 사고가 발생한 그날, 아침엔 104호가 발전기 고장으로 비상 운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104호는 첫 항차 준비 과정에서 추진기 쿨링 키트 스트레이터 분해 청소와 발전기 워밍업 등을 마친 뒤 이상 없이 출항했습니다. 그러나 마곡선착장을 출발한 지 15분 만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당시 일에 관해 "배터리 충전량이 63% 근처에 도달하여 발전기 모드로 전환하고자 조타실 BCU(Battery Control Unit)에서 발전기 원격 시동 조작 시 발전기 원격 시동 불가 현상이 발생했다"고 기록됐습니다.
한강버스 104호는 배터리와 발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선박입니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발전기 모드로 전환해 운항을 지속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배터리 충전량이 바닥난 상황에서 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았던 겁니다. 비상 상황에서 선장은 배터리 모드 상태로 망원 선착장까지 운항을 강행하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고 보고서에는 "선장의 빠른 판단으로 망원선착장까지 배터리 모드로 운항하여 접안까지 성공하였다"고 적혔습니다.
만약 운항 중 배터리마저 완전히 방전됐다면 104호 역시 한강 한가운데서 선박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강버스 2대가 차례로 멈춤 사고를 일으킬 번 했던 셈입니다.
104호는 다행히 접안에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배는 망원선착장 도착 때까지 "BCU 시스템 전원 차단 후 복구, 발전기 현장 구동 및 Stand-by 리셋 등 여러 기능 복구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여 운항 불가로 판단, 101호가 긴급 투입되어 나머지 운항을 이어갔다"라고 쓰였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한강버스 104호 사고 보고서 일부. (사진=뉴스토마토)
보고서엔 "시스템 불안정한데 재운항 개시 압박"
104호 사고 보고서를 보면 한강버스 측은 시스템이 불안정해도 재운항을 하도록 압박한 걸로 보입니다. 보고서엔 이 배의 비상 운항과 관련해 "104호 컨트롤 시스템 불안정으로 상당 기간 점검 및 확인 절차가 진행 중에 부정기적으로 발생한 시스템 에러"라고 기록했습니다. 이때 '상당 기간 점검 및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표현은 104호의 시스템이 이미 불안정한 상태였고, 점검이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운항에 투입됐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사고 보고서는 104호 비상운항의 간접적 원인으로 "103호·104호 투입 후 계속하여 시스템 안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운항 개시의 압박으로 불가피한 운항 투입"이라고 했습니다.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았는데도 운항 재개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투입됐다는 겁니다.
104호의 발전기 고장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02호가 방향타 고장을 일으켰던 9월22일 7시30분 잠실선착장에서 104호도 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결항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102호와 104호 사고 보고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한강버스 측의 반론과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