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 수출액이 1년 전보다 8%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 영향에 대기업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6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 또한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문제는 반도체 중심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도 '직접 사정권'에 진입, 국내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수출 톱10' 대기업 비중 36.6%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837억달러로, 전년보다 8.1% 증가했습니다. 반면 수입액은 6321억달러로 1.6% 감소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수출액은 453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1.6% 늘었고, 중소기업도 1148억달러로 4.7%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견기업은 1140억달러로 0.7% 감소했습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에서 전년보다 수출이 줄었지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자통신에서 수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중견기업의 경우 화학공업 등 원자재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36.6%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2018년 37.8%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수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 역시 66.5%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2015년 66.5% 이후 최고 수치입니다.
산업별 수출을 보면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광제조업 수출이 10.2% 증가했습니다. 반면 도소매업은 1.8%, 기타 산업은 3.4% 각각 수출이 줄었습니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10∼249인(-1.2%)에서 수출이 줄었으나, 1∼9인(8.1%), 250인 이상(10.3%)에서는 증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수출 효자' 자동차·반도체 등 정조준
문제는 반도체 중심 대기업 수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향후 수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무역집중도가 높은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대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한 데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기로 했는데요. 이들 산업은 국내 핵심 수출 산업인 동시에 대미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도 직접 사정권 안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판단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은 한국 기업들이 대미 수출을 통해 대거 흑자를 내는 품목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총 수출액은 707억8600만달러로, 이 중 절반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철강 수출에서도 미국 비중이 13.06%로 1위였고, 알루미늄도 미국 수출 비중이 20.36%에 달했습니다. 국내 수출의 핵심 반도체 역시 전체의 7.53%가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들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 할 경우 해당 산업은 물론, 전체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분석입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신정부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발표한 데 이어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방침까지 예고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관세 피해 우려 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 원료에 가까운 품목이 타격이 클 것"이라며 "업종마다 다르지만 트럼프발 관세 부과에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거나 기술 개발을 통해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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