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신용카드를 쓰다보면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적어지는 걸 체감한다. 혜택 좋은 알짜 신용카드들도 줄줄이 단종 되고 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더라도 '부가서비스 변경 안내' 등의 혜택 종료 공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최근 만난 카드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근본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다보니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구조조정, 카드 혜택 축소 등 비용통제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본업에서 수익이 안 나는데, 수익을 어쨌든 내야 하니까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니 기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던 무이자 할부나 카드 혜택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이 시행되면서 카드업계는 좌불안석이다. '2025년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으로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5만곳의 카드수수료율은 0.05∼0.1%p 인하됐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2007년 이후 18년간 15차례 연속 인하됐다. 재산정 주기마다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카드사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매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목으로 이뤄졌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들은 사실상 수수료 인하 이전에도 수수료를 거의 안냈다"며 "수수료 인하가 되더라도 가맹점 단위에서 일 년에 몇 천원 내지는 만 원 정도 줄어드는 수준으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했다.
카드업계 옥죄기 정책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진다는 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효성 없는 소상공인 우대 정책이 다수의 금융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배진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드 수수료 규제는 신용카드 사용자 혜택 감소·연회비 인상·대출 목적 신용카드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며 "과도한 수수료율 인하가 카드 회원의 이탈로 이어져 신용카드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신용카드 시장은 가맹점과 카드 회원을 연결하는 양면 시장"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수수료 규제는 신용카드업 진출과 혁신 유인을 줄여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수익을 떨어뜨려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홍보비·고객 혜택·마케팅비를 줄여 카드사 서비스의 질을 하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치권과 당국이 수수료 규제 이슈를 균형 있게 바라봄이 중요한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표를 얻기 위해 카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드는 데 자중해야 한다.
카드업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상생하는 종합 정책을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고민해 보기 바란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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