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기업들 분식회계 우려도 증가
기업 실적과 대출사정 악화돼 분식 유인 커져
감사법인 비적정 의견 상장사 매년 증가세
담보 제공 많은 매출채권 등의 과대계상 적발
2024-05-30 13:28:58 2024-05-30 13:38:5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기업 실적과 대출 사정이 악화 되면서 분식회계 우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출이 막힌 부실기업으로선 난국을 타개하고자 분식 유인이 점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감사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의 부실 장부 이슈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장부 감사법인으로부터 비적정 의견을 받은 장부는 모두 12개 상장사(금융업 제외)에서 포착됐습니다. 2022년 10개, 2021년 7개에서 해마다 늘어난 숫자입니다. 지난해 감사의견거절 또는 한정을 받은 상장사는 KH필룩스, 한창, 카프로, 세원이앤씨, 국보, 대유플러스, 아이에이치큐, 웰바이오텍, 이아이디, 인바이오젠, 태영건설, 한창, 티와이홀딩스 등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부실기업 디폴트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졌습니다. 시장 투자 심리도 경색돼 부실이 부각되면 리파이낸싱이 막히는 악순환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근래 비적정 의견 사유를 보면 연결 손익과 담보제공 관련 트러블이 부쩍 눈에 띕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확장에 주력했던 제2금융권에서 잠재적 부실 기업에 대한 대출을 잠그고 있다”며 “대출이 막히면 회생이 어려운 만큼 감사법인과 충돌도 빈번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KH필룩스는 2022년 재무정보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2023년 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이 추가로 발생했고 회사는 지난달 11일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했습니다. 거래소는 심의를 거쳐 오는 10월3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한 상태입니다. 다음 결정까지 매매거래는 정지됩니다.
 
KH필룩스 장부를 검토한 감사법인은 자금거래와 담보제공 등 주요 약정사항과 관련한 자산과 부채 및 손익항목에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관계기업투자에서 지분법 평가와 관련해서도 감사증거가 불충분한 사유가 있었습니다.
 
한창의 경우 자회사 한주케미칼 지분 100%를 나반홀딩스에 양도(560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계약금 50억원만을 수취한 상태에서 양도대상 지분 중 45.41%를 명의개서해 양수자에게 이양했습니다. 이후 중도금 미납 등이 발생한 상태에서 양수자인 나반홀딩스의 대주주가 이사회의장인 국보는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한창은 계약 불이행 등에 따른 감사법인 의견을 수용해 종속기업투자지분 처분이익 138억원을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상 별도재무제표의 종속기업투자지분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한주케미칼 자본 100%를 지배주주지분으로 인식했습니다. 감사법인은 양수자가 보유한 45.41%의 지분에 대해 비지배지분을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나, 비지배지분 약 120억원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연결재무제표상 지배지분은 완전자본잠식상태를 면했습니다.
 
근래 금감원 감리를 통해 적발된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례에서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항목에서 오류가 두드러집니다. 이들 항목은 사업규모를 키우거나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대출 담보로 제공하는 자산입니다.
 
성안합섬은 횡령 은폐를 위해 매출채권과 허위계상 등을 했다고 감리당국으로부터 지적받았습니다. 또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소, 과대계상했습니다. 관계기업투자주식의 손상차손도 과소계상해 당기순손실을 줄였습니다.
 
대규모 기업집단 내에서도 위반 사례는 생깁니다.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2019년 6월 중 매각하기 전 2017년과 2018년 결산기에서 위반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감리당국은 “판매되지 않은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대체하는 등 의도적으로 매출원가를 과대계상했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시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절차 소홀을 지적받았으나 2023년 결산기까지 줄곧 감사업무를 위탁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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