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극심한 침체…관세면제 연장 사활
“공장 돌리기 힘들어 원료 가공해 수출”
공급과잉, 수요부진 지속…관세면제 여부에 노심초사
2024-05-29 15:35:00 2024-05-29 17:26:3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극심한 업황 침체에 시달립니다. 일부 화학제품은 만들수록 적자라 원료를 수입가공해 되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는 6월까지 탄력관세 면제가 종료되는 상황이라 정부에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가스(프로판)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의 업황이 열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효성과 SK 등이 PDH에서 만드는 프로필렌은 LG, 롯데, 한화 등 기존 화학업체들도 생산하며 중국내 경쟁 설비도 늘어나 공급과잉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채산성이 워낙 낮다보니 프로필렌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수입해 쓰는 게 더 나은 형편”이라며 “원료를 수입가공해 유도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거래처에 대한 공급이 멈출 경우 관계가 끊어질 수 있어 이런 임시방편을 쓰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계는 올해 연간 공급물량에 대해 수요처와 계약한 상태입니다. 계약 위반이 되지 않도록 공급해야 하니 적자가 심할 경우 수입가공하는 땜질 처방이 생겨난 것입니다.
 
아시아 프로필렌 시장은 최근 일부 공장의 정기보수와 필리핀, 태국 공장의 가동 차질 등으로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됐지만 속속 재가동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팟거래 시장에선 관망세가 짙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수요처에서 재고 확충 움직임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수요는 부진합니다.
 
강경성 산업부 차관이 지난달 3일 석유화학 주요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조조정 중인 에틸렌 역시 업체들의 정기보수와 감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급부담을 줄여 최소한의 채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입니다. 중국에서 일부 에틸렌 설비가 정기보수에 들어가 수급이 개선되기도 했으나 조만간 가동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상태가 길어져 시황 침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가운데 업계는 탄력관세 면제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에틸렌 원료인 나프타 기본관세는 0%이며 한때 탄력관세가 0.5%로 올랐다가 작년부터 0%로 내렸습니다. 수출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취지입니다. 이 탄력관세가 6월말 종료돼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PDH 공정 원료인 프로판의 경우 기본관세는 3%인데 탄력관세 0%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 또한 6월말 종료됩니다. 업계는 이미 적자를 보는 상태에서 관세마저 오를 경우 수천억 적자가 쌓일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방 수요가 부진해 관세 인상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관세 인상분이 국내 전방 가공업체들에 전이될 염려도 생깁니다. 그럴 경우 수입산이 내수시장에서 활개를 칠 수도 있습니다. 관세를 검토하는 세제당국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듯 보입니다. 업계에선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는 LG, 롯데, SK,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화학업체 임원들을 불러 업계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청취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경성 산업부 차관은 "핵심원료인 나프타 관세면제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세제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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