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지방 침투 가속화…지자체 출연금 1900억 달해
지방은행 지자체금고 비중 36% 불과
경기도·부산·광주 금고 치열한 유치전 예상
2024-05-29 14:30:28 2024-05-30 08:04:57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동원해 지방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지방은행에 금고지기를 맡겨온 지자체도 출연금을 많이 내는 금융기관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자금력에서 밀리는 지방은행이 금고 입찰전에서 고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은행의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출연금은 1910억원입니다. 지난해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게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출연금 20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사회활동보고서에 지자체·대학교·병원 등 출연금을 별도 항목으로 기재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금고지기를 맡게 되면 기관 금고를 유치한 데 따른 상징성을 가져갈 수 있는 데다 지자체의 정부 교부금과 세금 등을 저원가성 예금으로 대거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을 수탁받는 만큼 금고 선정을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시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협력사업비라는 출연금을 내는데요. 출연금은 자치단체와 금고은행 간 약정에 따라 금고은행에서 자치단체에 용도 지정 없이 출연하는 현금입니다. 일반재원에 해당해 지자체 예산으로 활용됩니다.
 
4대 은행 가운데 출연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은 특별시·광역시·도청·시청을 비롯해 총 27개의 지자체금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차체 출연금은 1168억원에 달했습니다. 4대 시중은행 전체 출연금 중 61% 규모입니다. 2위인 우리은행 344억원의 3배가 넘습니다.
 
신한은행의 출연금 대부분은 서울시와 인천시금고에 투입됩니다. 신한은행은 연간 예산 수십조원에 달하는 서울시금고 선정을 위해 막대한 출연금을 내놌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당시 우리은행과 경합을 벌인 끝에 서울시 제 1금고로 선정됐습니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지자체 금고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4개 지자체(자치구 제외) 금고 가운데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36%(63곳)로 나타났습니다. 각 지자체는 3~4년 주기로 금고(1·2금고)은행을 선정해 정부 교부금, 지방세 등을 예치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금고가 2금고 대비 관리 자금 규모가 커 ‘알짜’로 평가됩니다. 1금고만 놓고 봤을 때 지방은행의 비중은 5%(10곳)에 불과합니다. 
 
시중은행의 지자체 시금고 유치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주은행은 50년간 지켜온 조선대 주거래 은행 지위를 신한은행에게 넘겨준 바 있습니다. 과거만 해도 지역 거점을 둔 지방은행들이 금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렸지만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올해도 부산시 금고를 필두로 경기도, 광주시 등 금고은행 약정이 만료돼 치열한 유치전이 예상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면 저원가성 예금 확보 효과도 있지만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연계사업을 독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기관 영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알짜로 여겨지는 금고 입찰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부산시 금고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시 등 지자체 금고은행이 만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치열한 유치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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