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4대 시중은행, 유동성 챙기려다 수익 놓칠라
금융당국, 지난해 미뤘던 LCR규제 정상화 진행
은행별로 LCR 제각각…부가수익 미창출·은행채 부담도
2024-05-30 06:00:00 2024-05-30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17: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시중은행이 고유동성자산 늘리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완화됐던 유동성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랐다. 4대 시중은행 모두 규제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높낮이는 다르다. 자산 활용전략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채로 고유동성자산을 늘릴 경우 금리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합
 
7월부터 유동화 규제 단계적 정상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유동화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예정이다.
 
LCR는 은행이 유동성 부족을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적정 규모 이상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동성이 악화되더라도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간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LCR는 한달 기준 고유동성자산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은행 LCR 규제 완화조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의 지원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고유동성 자산을 위기대응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LCR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당초 100% 이상 의무이던 것을 85%까지 완화하고 단계적으로 정화하려던 게 당국의 계획이었다.
 
금융당국은 이후 유동적으로 규제 비율을 조정해왔으나, 지난해 9월 실행하려던 규제 완화 정상화 조치를 미뤘다. 은행채 발행 증가가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금융위의 정상화 조치로 LCR는 현행 95%에서 7월부터 연말까지 97.5%가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현재 은행권의 LCR이 이미 100%를 상회하기 때문”이라며 “은행채 발행 증가가 채권시장 상황과 향후 자금 수요 등을 감안하면 시장 자금흐름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반기별로 LCR을 2.5%p씩 올릴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이후에는 100%로 정상화돼야 하지만 올해 4분기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한다고 금융위 측은 설명했다.
 
LCR 성적표 제각각…'양날의 검' 될 수도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LCR는 올 1분기 기준 모두 100%를 상회한다. KB국민은행이 110.1%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이 103.47%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00.8%, 100.39%로 간신히 세 자릿수를 유지했다. 시중은행 모두 100%를 넘겨 양호한 수준의 유동성을 보였지만 차이는 크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10%p 가까이 벌어져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은행의 LCR은 104.55%다. 고유동성자산은 78조4322억원으로 직전분기 평균인 73조4428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고유동성자산 중 레벨1자산이 63조6762억원에서 68조7651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말에도 고유동성 자산이 꾸준히 증가해 80조4996억원으로 증가해 LCR가 대폭 올랐다. 
 
고유동성자산은 레벨1과 레벨2로 나뉜다. 레벨1에는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등으로 구성되며 레벨2는 회사채와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 등이 포함된다.
 
국민은행은 올 초 청년희망적금 만기 도래 등 1분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반기 및 연간 계획에 따른 대출 증가 예상 수치를 고려했을 때 현재 수준의 LCR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세부 수치는 예상하기 어려우며, 규제비율과 5% 수준의 버퍼비율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LCR는 100.39%로 직전분기 평균인 100.29%보다는 소폭 올랐다. 고유동성자산이  79조3069억원으로 직전분기 평균 유동성 자산인 74조9579억원에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레벨2 자산은 같은 기간 감소한 반면 레벨1자산은 증가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모두 직전분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유동성 관리 전략에서 성적표가 갈렸다. 국민은행의 LCR이 증가 추이를 보인 데 반해 하나은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LCR가 하락한 이유는 고유동성자산이 지난해 말 대비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 하나은행의 고유동성자산은 평잔 기준 76조9000억원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유동성 위기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지표 관리를 해왔으나, 올해 들어 환율과 금리 등 시장지표가 안정화된 영향을 받았다"라면서 "은행채 발행과 정기예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LCR을 규제비율 대비 이상으로 관리하는 등 앞으로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LCR이 높으면 은행 유동성을 확보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투자 금액이 줄어 부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은행채 발행도 부담이 된다. 은행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를 비슷한 시기에 발행하게 되면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치르고 발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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