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유통가 화색
정상회담 가진 한중, 우호적 분위기
실적 부진 겪는 면세·화장품업계 탈출구 될까
중국 리스크 여전…"과거의 영광 재현 어려울 것"
2024-05-27 17:07:44 2024-05-27 17:07:44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한중 관계 개선 조짐과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소개 사례가 늘며 '한류 금지령(限韓令·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은 한한령으로 보복 조치에 나섰었죠. 한한령 해제 시 중국 시장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국내 유통기업의 판로 확대가 예상됩니다. 다만 여전한 정치적 리스크와 중국의 경제 상황 변화를 감안하면 적극적인 중국 시장 공략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중국 쓰촨성의 청두방송국과 'K팝 페스티벌'을 개최했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지난 3일 베이징에서 무대에 올랐으며, 록 밴드 세이수미는 오는 7월 단독 공연을 진행합니다. 개봉 33일째 누적관객수 11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4'는 내달 열리는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는 등 한한령을 뚫고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8년 만에 재개하고 문화·관광·법률 분야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한한령 해제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때입니다.
 
앞서 중국은 2016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대하며 경제 보복의 일종인 한한령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국내에선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사라졌고, 중국에선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중국에서 27개까지 점포 수를 늘렸던 이마트는 사업을 철수했으며, 롯데마트도 중국 매장을 매각하며 발을 뺐습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업계와 면세업계는 한한령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유통업계는 중국 시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해외 판매처를 다각화했습니다. 그럼에도 인구수에 기인한 중국 시장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최근 한중의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이 반가운 기색입니다. 더욱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곳에서는 한한령 해제로 출구전략을 짜볼 수 있죠.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면세업계는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감소했으며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819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나, 영업손실 2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2년 연속 매출,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이며 고전하고 있습니다.
 
한한령이 해제된다 해도 이전처럼 중국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 경제 상황이 이전만 못한 데다 그동안 중국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고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인적교류 확대가 본격화되면 유커(중국 관광객)의 이탈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면세업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환율,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 관광 트렌드가 체험 요소에 맞춰져 있어 향후 패키지 상품 개발 및 모객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전에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던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과 2023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하며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제기됐죠. 중국과의 관계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측면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로 접어들며 정치적·외교적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라며 "이전 사드 사태로 중국 시장의 양날을 경험한 기업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리스크가 큰 인프라 투자보다 제품 수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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