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금고선정 시중은행 '시큰둥'
"국공립학교 금고 업무 소화 역부족"
2024-05-27 14:44:12 2024-05-28 10:36:0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연간 예산 11조원을 관리하는 금고 선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시중은행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60년 가까이 서울시교육청 금고 운영을 맡아온 NH농협은행의 아성을 뛰어넘기 힘든 데다 은행 점포 수와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관내 국공립학교 금고 업무를 수행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금고 입찰 참여 소극적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8일 금고지정 신청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이번에 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내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4년간 서울시교육청의 단일 금고를 맡게 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6월18일부터 19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심사를 거쳐 하반기 중 금고 담당 은행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연간 예산이 올해 기준 11조1605억원으로 경기도교육청(21조9939억원)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큽니다. 서울시교육청 금고를 맡는 은행은 교육비특별회계의 각종 세입금 등의 수납 및 보관을 담당하게 됩니다.
 
지난 1964년 교육청금고가 신설될 때부터 서울시교육청 금고 자리를 지켜온 NH농협은행은 이번에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부산시교육청을 제외한 16개 교육청 금고를 맡고 있는 만큼 교육청 금고 관리 능력과 교육재정 운용을 위한 IT 서비스 지원 능력, 각급 학교 및 교육구성원들의 이용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도 참전은 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서울시교육청 금고 쟁탈전에서 NH농협은행과 2파전을 치뤘으나 아쉽게 밀린 바 있습니다. 당시 시중은행은 서울시교육청 금고에 도전하려다 막판에 뜻을 접었습니다. KB국민은행측은 서울교육청 금고 입찰 참가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시교육청 금고 선정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 금고로 선정되면 관내 국공립학교 금고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며 "기존 전산 인프라 등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농협은행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도권도 점포수와 직원수가 줄고 있는 추세인데 현실적으로 금고 업무까지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색금융 실적 평가항목 신설
 
서울시교육청이 그간 금고 운영 기관을 선정할 때는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안정성 △대출·예금 금리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 능력 △교육기관 기여 등 5개 분야에 초점을 맞춰 평가 해왔습니다. 금고 평가항목과 배점기준(100점 만점)을 보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25점), 교육청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25점)에 이어 금고업무 관리능력(23점)은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 금고취급 경험 및 운영능력 등에 높은 점수를 반영하는 만큼 NH농협은행에 유리합니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전국 지자체와 금고 계약을 가장 많이 맺은 곳은 농협은행(187개, 주·부금고 포함)이고 신한은행(27개), KB국민은행(19개), 우리은행(17개), 하나은행(14개) 순입니다.
 
다만 앞으로 4년간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이번부터 '이용 편의성 및 관내 지점 수' 배점을 기존 20점에서 19점으로 줄이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적에 1점을 배정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교육청 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해당 안에 따르면 연간 10조원대의 서울시교육청 자금을 운영할 금고를 선정할 때 금융기관의 녹색금융 이행 실적과 관련한 평가 항목이 별도로 신설됩니다. 국제 녹색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현황과 ESG 채권 발행 금액 등을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합니다.
 
당초 녹색금융 실적 등이 신설되면서 신규 입성하려는 시중은행들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예상돼 왔습니다. 다만 녹색금융 항목이 실효 배점이 낮기 때문에 당장 '탈석탄' 여부가 서울시 교육청 금고 선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전망입니다.
 
금고 선정과정에서 세부항목별 금융회사 간 점수차는 배점상한의 최대 10%에서 최소 4% 배율로 동일하게 적용해 균등하게 배분해 평가합니다. 1점짜리 항목이면 회사별로 최소 0.04점, 최대 0.1점 점수 차가 납니다.
 
시중은행들은 선정 가능성이 낮은 시교육청 금고에 매달리기 보다 올 연말 계약이 만료되는전국 66개 광역·기초자치단체 금고 선정에 사활을 걸겠다는 분위기 입니다. 지자치단체 금고 운영은 인지도를 높이고 주요 고객을 확보할 기회일 뿐 아니라 지자체가 벌이는 사업을 수주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연말 66개 지자치단체의 금고 선정에 모든 은행들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라며 "최근 지자치단체, 교육청 등 금고 입찰에서 탈석탄 등 녹색금융 항목을 신설하면서 은행들도 이 부분을 감안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연간 예산 11조원을 관리하는 금고 선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시중은행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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