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족쇄 이재용…길어지는 사법리스크
27일 오후 3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
사법리스크 장기화, 대규모 투자·초격차 전략 차질 가능성
2024-05-24 13:26:03 2024-05-24 17:15:5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 항소심이 2라운드에 돌입합니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길어짐에 따라 재계에선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1심 선고 후 항소심, 상고심까지 대체로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국가 첨단 전략 산업을 맡고 있는 삼성 총수의 장기적 사법리스크는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은 27일 오후 3시로 정해졌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 확인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여서 이 회장의 출석 의무는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본격적으로 항소심에 접어들면 검찰 측은 스모킹건으로 분류한 '프로젝트G'를 집중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프로젝트G는 삼성의 사전승계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문건의 증거능력을 미인정한 게 이 회장의 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프로젝트G'를 가동해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1심이 모두 무죄로 나온 만큼 항소심에서 크게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길어지는 사법리스크로 인해 이 회장이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해외 출장 등에서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차례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명절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가는 등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심 재판이 기소부터 선고까지 3년5개월이 걸린 만큼 항소심에서도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 빅샷들과 연달아 회동한 데 이어 독일 자이스를 찾아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등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이렇듯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에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이 강조하는 '초격차 전략' 역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책임경영을 위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도 요원합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21일 준감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의 재판 재개로 등기이사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판결 결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 고민을 좀 더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인사는 이 회장이 유일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본격 반등기에 접어들었고, 1심이 무죄로 나온 만큼 항소심에서는 부담이 덜 할 것"이라면서도 "총수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주요 경영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적 결정을 내리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기업가의 운신의 폭은 물론이고 그룹 내 사기가 떨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기소 3년5개월 만인 지난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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