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 된 미디어젠)④적대적 M&A '키맨'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
이티홀딩스 내세워 최대주주 지분 매입
윤 원장 손댄 기업들 대부분 상장폐지
2024-05-23 06:00:00 2024-05-23 08:20:24
 
[뉴스토마토 이종용·박준형 기자]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내몰린 미디어젠(279600)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입니다. 실질적 자금책으로 지목되는 윤 원장은 과거 여러 상장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했는데요. 대다수가 상장폐지되며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미디어젠 최대주주 지분 매각 대리인을 맡고 있는 앨터스투자자문(앨터스)은 윤 원장의 이러한 경력을 몰랐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티홀딩스, 강남베드로병원 장부회사
 
22일 IB업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디어젠 지분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앨터스와 이티홀딩스의 연결 지점에는 윤 원장이 있습니다. 윤 원장은 미디어젠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접목시키겠다는 취지로 최대주주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앨터스 관계자는 "윤 원장 측에서 의료기기 회사를 키우면서 의료AI 관련 비즈니스를 위한 기업을 찾기 위해 연락이 왔다"면서 "베드로병원 평판이나 윤 원장 소유 부동산 등을 보니 자금여력도 충분할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병원이 직접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보니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 대리 법인(이티홀딩스)을 내세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앨터스 관계자들은 미디어젠 지분 매각을 위해 윤 원장이 이끌고 있는 강남베드로병원 실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티홀딩스는 윤 원장이 M&A를 위해 내세운 장부상 회사인 셈인데요. 이티홀딩스는 현재 이경화 리워터월드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미지어젠 지분 인수의 자금력에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리워터월드 최대주주인 김의탁씨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원장은 서울 강남의 유명 척추전문병원인 강남베드로병원 원장으로 과거부터 여러 상장사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현재는 상장폐지된 코어비트, 바이나믹(옛 아리진), 유아이에너지, 비엔씨컴퍼니 등에서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행사했으며 와이오엠(066430)(전 스템싸이언스), 이엔플러스(074610)(전 이엔쓰리), 플루토스 등에서도 주요주주로 활동했습니다.
 
미디어젠 M&A 배후로 윤 원장이 지목되면서 미디어젠이 특정세력의 불공정거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 윤 원장이 지배력을 행사했던 기업들은 의료·바이오 관련 테마에 오르며 주가가 급등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 상장폐지 됐습니다. 상장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들 역시 당시 공언했던 신사업을 접은 상태입니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장 (사진=강남베드로병원 공식 블로그 캡처)
 
앨터스 "윤 원장 과거 이력 몰랐다"
 
과거 윤 원장이 손을 댄 상장사 가운데 이엔플러스(이엔쓰리)에서는 이면거래 등 불공정행위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 이엔쓰리는 자회사인 이엔쓰리글로벌과 함께 충청남도 예산군에 위치한 아파트단지와 충북 진천군 소재 농지를 242억원에 매입한 바 있는데요. 당시 아파트단지와 농지의 소유주가 윤 원장과 배우자인 김희경 의정부 성베드로병원 대표였습니다.
 
윤 원장과 김 대표 등 특수관계인들은 해당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이엔쓰리는 해당 토지 대금 마련 등을 위해 190억원 규모의 3~5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이 중 107억원을 윤 원장과 그 특수관계자들이 매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 2018년 이엔쓰리는 '암 치료기' 관련 테마에 오르며 1년새 주가가 10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현재 이엔플러스는 제약·바이오 매출이 전무하며, 암 치료기 관련 사업도 접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당시 이엔쓰리 대표였던 안영용 대표는 적대적 M&A로 주식시장에서 유명한 인물입니다. 코어비트와 테크원, 뉴보텍 등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고 자본시장법으로 기소된 이력도 있습니다. 안 대표는 림테크의 사내이사로 있었는데, 당시 림테크 최대주주가 윤 원장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 원장이 M&A의 실체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페이퍼컴퍼니(이티홀딩스)와 투자조합 등을 앞세운 만큼 향후 미디어젠 지분 손바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행태를 돌아보면 의료AI 등은 투자조합들의 주가부양 재료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이티홀딩스는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터스와 미디어젠 경영권 및 지분인수 계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티홀딩스와 함께 지분을 인수하기로한 지담투자조합은 앨터스가 선행조건(이사회 장악 및 경영권 확보) 이행에 실패하면서 지분인수 계약을 철회했습니다.
 
결국 이티홀딩스가 지담투자조합 물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이티홀딩스는 지난 17일 앨터스로부터 미디어젠 주식 총 235억여원 규모의 인수계약을 새로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에는 지담투자조합 인수 예정금액인 115억여원이 포함됐습니다.
 
앨터스는 윤 원장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앨터스 관계자는 "의료법인이 영리추구 행위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윤 원장이 표면적으로 나서진 않는 것 같다"면서 "윤 원장이 과거 지배력을 행사했던 상장사들에 대해선 따로 알고 있는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디어젠 지분 인수와 관련해 <뉴스토마토>는 윤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병원 관계자는 "상장사 M&A 등을 진행하는 바가 없다"면서 "상장사 인수 관련 문의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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