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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덮친 '기후플레이션'…식탁 물가 '위협'
기후 변화로 생산량 줄자 가격↑
오렌지주스·올리브유값 고공행진
"기후플레이션은 '뉴노멀'…구매력 있어야 생존"
2024-04-17 16:42:54 2024-04-17 16:42:54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곳곳에서 나타나며 먹거리 물가를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브라질의 오렌지 작황 부진으로 국내 오렌지주스 가격이 자극받고 있으며, 올리브 생산 급감은 치킨업계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현상을 일컫는 '기후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오렌지주스 선물 종가는 지난 16일 파운드당 3.6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 14일 약 2.75달러에서 32% 올랐습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오렌지주스 가격은 11월 20일 4.26달러의 역대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올해 초 2달러 후반대로 떨어졌으나 다시 올라 3달러대를 이어가고 있죠.
 
주요 생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주에 허리케인이 불어닥치면서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열매가 녹색으로 변하는 감귤 녹화병이 미국과 브라질에서 확산하며 오렌지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오렌지주스 가격 인상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 때를 놓쳐 다른 제품보다 오렌지 주스 가격 인상이 시급하다"라며 "특히 압착 원액 주스는 높은 운송비까지 더해져 가격이 더 뛸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랜지주스. (사진=뉴시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에 발생한 가뭄으로 올리브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불똥은 국내 치킨업체로 튀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BBQ는 치킨을 튀길 때 올리브유를 사용해 메뉴명도 '황금올리브치킨'으로 지었는데요. 기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올리브유 비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줄이고 해바라기유를 섞은 '블렌딩 오일'을 지난해 10월 도입했습니다.
 
이밖에 설탕과 코코아는 각각 엘니뇨와 가뭄 등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며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과업계는 미리 사둔 원료가 떨어지는 시점에 가격 인상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실정입니다.
 
국내에서는 사과가 냉해와 폭우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 급등세를 보였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사과 재배면적을 지난해 3만3789㏊(헥타르)에서 0.4% 감소한 3만3666㏊로 추산했습니다. 농가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결과입니다.
 
정부는 사과 수급관리를 위해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 대응 강화 차원에서 강원도를 새로운 사과 산지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후에 따라 식품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은 이제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라며 "구매력이 있는 국가나 기업은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의 가격 탄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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