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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또 사모펀드행? 떨고 있는 직원들
"사모펀드 인수땐 고강도 구조조정 수순"
관심 없는 금융지주사 "여전히 비싸다"
2024-04-15 06:00:00 2024-04-15 08:17:4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G손해보험 3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등 두 곳이 뛰어들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안정성 있는 운영이 가능한 금융지주사나 대형 보험사에서 인수하기를 기대했다가 사모펀드만 뛰어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새 주인으로 올 경우 향후 누적된 적자를 청산하기 위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사모펀드냐" 내부 우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MG손보 매각 예비입찰 마감 결과 두 곳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유효 경쟁이 성사됐습니다. 사모펀드가 또 다시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면서 내부에서는 사모펀드 반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며 예보 주도로 매각 절차에 들어섰는데요. 당시에도 사모펀드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노조는 고용불안과 단기이익 치중을 이유로 이를 극렬히 반대한 바 있습니다.  MG손보의 현재 대주주인 JC파트너스도 사모펀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저렴하게 사서 값을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시 매각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영업이익 등 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채찍질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두 차례 MG손보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첫 번째 때는 입찰자가 없었고, 두 번째에는 한 곳만 인수의향서를 내 유찰됐습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은 두 곳 이상 참여해야 경쟁이 성립됩니다.
 
세 번째 매각 시도에서 예보는 인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인수자가 주식매각(M&A), 계약이전(P&A) 방식 중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M&A 방식은 회사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방식이며 P&A는 우량 자산만 이전 받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예보는 매각 주간사와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예비입찰에 참여한 두 곳을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적격 투자자로 판단된 인수 의향자는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검토할 수 있도록 실사에 나설 수 있습니다. 본입찰은 5월 중순쯤 실사가 끝나고 인수 의향자가 원하는 인수가격을 제출하며 진행됩니다.
 
예보는 6월 중순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세부적으로 계약 문구를 협의하게 됩니다. 계약 이전이 결정되면 예보는 위원회를 열고 자금 지원 규모를 의결합니다. 인수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인허가를 받아 새로 설립한 보험사에 MG손보의 자산과 보험계약을 이전 받고 본격적인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예보 지원 자금 규모는 본입찰 후 매각이 본 궤도에 올라야 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보 관계자는 "P&A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보험업 인가를 받고 운영에 들어가기 위한 최종 마무리 시점은 빠르면 올해 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더 우량한 곳 찾는 금융지주들
 
MG손보는 202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보가 경영관리를 도맡고 있습니다. MG손보의 현재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판단을 내린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지난해 법원은 1심에서 금융위의 손을 들며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예보의 매각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 결과도 나오지 않아 사법리스크가 큰 상황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보사 몸집을 키울 금융지주나 대형 보험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매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계열의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높이려는 추세라 규모가 큰 곳을 인수하려고 할 것"이라며 "금융지주 계열사 중에 손보사가 없어서 손보 라이선스를 취득하려고 인수하는 경우는 있지만 단지 손보사를 더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면 규모가 비슷한 보험사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보험업권에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정착돼야 인수전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이 제도 도입 후 자본과 순이익 등이 급등하는 이른바 '착시 현상'으로 수혜를 본 기업은 가치 평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IFRS17 도입 후 보험사가 미래 위험률을 예측한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인데요. 다만 실적이 잘 나온 곳은 정말 우량한 곳인지, 재무제표상 유리한 단기적 실적일 뿐인 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보통 인수가격을 높게 측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보유 고객과 보유 계약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실적에 유리하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한 IFRS17 제도가 자리 잡아야 적정한 인수 가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11일 마감한 MG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두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MG손해보험 본사 건물.(사진=MG손해보험)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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