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계열사 인사 촉각
중앙회장 교체 때마다 사표 제출 후 재신임
2024-02-26 09:00:00 2024-02-26 18:14:5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새 농협중앙회장 취임을 앞두고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신경 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 표면적으로는 농협금융이 독립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가 됐지만, 지분 구조상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요. 과거 중앙회장 교체 시기에 농협은행장 등 금융 계열사 CEO들에 대한 파격적인 교체가 이뤄진 만큼 긴장 수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8년 만의 '영남 출신' 중앙회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임기 1~2년차에 해당합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과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서옥원 NH캐피탈 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인데요. 임기만 놓고 보면 교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중앙회장 교체라는 변수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장은 중앙회장 교체 때마다 사표 제출 대상이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6년 이후 경기 출신 회장이 맡아오다가 8년 만에 영남출신 강호동 당선인이 선출됐다는 점이 큰 변수입니다. 최근에 농협은행장을 역임한 이대훈 전 행장, 권준학 전 행장, 이석용 현 행장 등 3명의 공통점도 경기도 출신입니다.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지주의 핵심 자리인 만큼 농협 내 최대 인맥인 영남과 호남 출신이 번갈아 자리를 맡는 것이 관례였는데요. 경기도 출신인 이성희 회장이 취임 한 이후 경기도 출신 인사가 연이어 행장에 선임된 것입니다.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할 경우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물갈이까진 아니더라도 분위기 자체는 심상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농협금융을 비롯해 중앙회의 실질적인 수익창구 역할을 하는 농협은행장은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농협 계열사 내부 관계자는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영남출신인 강호동 당선인과 경기충청 출신 후보의 경쟁구도였는데, 경기 출신 CEO들이 상대방 후보를 후방지원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를 공언한 만큼 일정 부분의 교체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임기 중반 내쳐지기도
 
지난 2012년 농협금융이 설립된 이후 농협 내 금융계열사의 CEO 선임은 농협금융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실시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지주 임추위에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심사해 추천하는 방식인데요. 임추위 구성원의 대부분은 사외이사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중앙회로부터 독립적인 권한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중앙회가 갖고 있기 때문에 중앙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대표적으로 농협중앙회는 새 중앙회장이 당선되면 금융지주와 경제지 등 주요 CEO로부터 사퇴서를 받는 관행이 있습니다.
 
2020년 이성희 회장은 취임 한 달 만인 2020년 3월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제출 받았는데요. 이 행장의 경우 불과 3개월 전에 연임을 확정지어 임기를 9개월 가량 남겨놓고 있었지만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중앙회장이 금융지주 내 농협은행장 자리에 본인과 같은 지역 출신 인물을 지속적으로 낙점한 데에는 금융지주 내 농협은행의 입지 때문입니다. 농협금융 내 농협은행의 입지는 타 금융지주사 이상인데요. 지난 3분기 기준 올해 금융그룹 순이익 중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은행 순익 비중은 70% 수준입니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지난 8년간 경기 출신 인맥들이 핵심 자리를 차지해 온 만큼 영남 출신의 새 회장이 본인의 인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분야는 금융분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우 중앙회 내에서 입지는 작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큼 향후 중앙회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잡고 가야할 분야이기도 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새 농협중앙회장 취임을 앞두고 농협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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