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낮추면 출자금 빠진다" 진퇴양난 새마을금고
적자에도 '울며 겨자 먹기' 배당
2024-02-21 06:00:00 2024-02-2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새마을금고 곳곳에서 울며 겨자 먹기 배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출자금 배당율이 은행 이자에도 못 미치는 금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일부 금고들은 출자금 회수로 자본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며 배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자금 빠질까 좌불안석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새마을금고 배당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높은 배당율을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은행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배당률을 기록한 금고도 많습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예금자보호도 안되는데 믿고 맡겼으면 은행 금리만큼은 줘야하는 것 아닌가" "같은 권역의 다른 금고는 6% 배당이라는데 도둑 맞은 심정"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출자금 통장은 고객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출자하는 자본금을 넣어두는 통장인데요. 각 상호금융은 낸 출자금을 운용한 뒤 매년 경영 실적에 따라 배당률 확정하고 이듬해 배당금을 지급합니다.
 
출자금 통장은 꽤 높은 수준의 배당률에 1000만원 한도까지 비과세 혜택(올해부터 2000만원으로 확대)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만 '5000만원 한도 예금자 보호'를 적용받지 않으며 1년에 한 번만 출금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경기도 소재의 A금고는 지난 2022년 배당률이 5.5%였지만, 2023년 배당률을 2%대로 정했다고 안내했습니다. 같은 권역의 B금고의 경우 올해 배당률은 6%로 A금고의 2배 이상인데요. A금고 관계자는 "금고마다 운용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손해를 보고 배당을 지급하는 수준인데 이익 배분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적 부진 탓에 새마을금고 올해 평균 배당률도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금고는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출자금 배당을 하는데, 그만큼 출자를 한 금고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배당금은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36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자기자본을 확대한다"며 "문제는 이익잉여금에서 배당을 해야하는데 적자를 났는데도 불구하고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새마을금고 배당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손해 감수하고 배당 지급"
 
금고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배당을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출자금 통장을 해지하면 금고 입자에서는 자본금이 줄게 되는데요. 자본금이 대폭 줄면 별다른 일이 없어도 부실 금고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본적정성은 금융기관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할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순자본비율과 위험가중자산대비자기자본비율 등이 있는데요.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에 따르면 금고의 순자본비율이 2%이상 4% 미만이면 '취약', 2% 미만이면 '위험' 등급을 받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경영혁신안을 보면 단위 금고의 자본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른 상호금융사 대비 새마을금고의 자본비율이 높게 보이게 하는 전액환급 보장된 출자금을 자본항목에서 뺀다는 내용입니다.
 
새마을금고 감독기준에 따르면 금고의 부문별 평가등급 산정 시 자산건전성의 가중치는 35%이고 자본적정성은 25%인데요. 금융당국은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연쳉류 뿐만 아니라 자본적정성 지표를 감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금고가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느냐에 있어서는 연체율뿐만이 아니라 자본적정성 지표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최근 '새마을금고 건전성 감독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는데요. 두 기관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검사 및 사후조치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당국은 오는 3월 △대손충당금 적립 적정성 △권역외 대출규모 △기업·공동대출 규모 등에 대한 새마을금고 부문검사를 진행합니다. 그간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년에 1회 이상 종합검사 혹은 부문검사를 단행했지만 형식적인 진행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새마을금고 올해 평균 배당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새마을금고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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