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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전진기지 베트남)⑧힘들지만 긴 호흡으로
국내 금융사 노력만으론 역부족…정부·당국 역할 절실
일본 금융사, ODA 기반으로 베트남서 영향력 확대
2023-12-07 06:00:00 2023-12-07 06:00:00
 
(베트남 호찌민=이종용 기자)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금융사에게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들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술의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 금융사가 진출하기만 하면 현지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이 먼저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호찌민에 주재하는 금융권 실무자들은 금융당국이나 한국 본사에서 해외 진출 성과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A금융사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최근 외국계 금융사에게 사무소의 지점 변경은 물론 법인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금융업이 규제 산업인데다 코로나19 이후 외국계 금융사에 내거는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사무소는 물론이고 지점 변경을 추진할 경우 법인장이 당국의 시험과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면 취임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요. 법인설립 신청 시 현지 규정상 60일 내에 처리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로는 2년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재원들은 베트남 정부와 당국의 불투명한 규제보다도 한국 본사와 당국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는데요. B금융사 관계자는 "해외 파견 인사가 나면 더운 나라에서 한 숨 돌리러 간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이제 새롭지 않다"며 "현지 인허가가 늦어질 경우 본사에서 '한국에서는 되는데 베트남에서는 왜 안되냐' 되물을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호찌민 1군에 위치한 엠플라자 사이공센터에는 국내 시중은행 지점이 입점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과 베트남 당국 간 채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지 진출한 100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인상공인 협력단체 코참(KOCHAM)이 기업의 경영 애로사항과 규제 개선을 현지 당국에 직접 건의하고 있지만 전달력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은행연합회나 금융투자협회처럼 당국과 업계의 중간 역할을 하는 협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9월 베트남을 방문해 당국에 국내 금융사 인허가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진출 금융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베트남 당국의 인허가 지연이 핵심 애로사항이었는데요. 우리나라 당국에 요청하는 규제완화 건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최근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가 잇따르면서 3년 주기로 부서 이동을 강제하는 순환근무제가 의무화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주재 은행원들에게도 순환근무제가 일괄 적용되면서 업무에 차질이 벌어지는 부분입니다. C금융사 관계자는 "1년 가량 업무에 적응하고 주거지나 자녀 학교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실질 근무 시간은 2년이 채 안된다"며 "3년 내 국내로 소환되는 구조에서는 해외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푸념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베트남과 교류를 맺은 일본 사례를 볼까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를 공유한 베트남 국민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감정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베트남의 공적개발원조(ODA) 최대 교역국이기도 합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라는 양국 관계를 기반으로 일본 금융사들은 직접 진출보다는 비엣콤뱅크 등 베트남 우량 금융사의 지분을 늘리고 있습니다.
 
금융사의 자체 노력 뿐만 아니라 정부와 당국 차원의 협력이 절실한 대목입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베트남이 블루오션이 맞기는 맞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1년 내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이곳에선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베트남에서 실질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9)편에서 계속>
 
호찌민 중심상업지구 1군에 위치한 비텍스코타워와 IFC 원 사이공 타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호찌민=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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