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코다라인, 조도 낮은 블루 'Less Is More'
"'제2의 콜드플레이' 영광"…코다라인 내한 단독 인터뷰
"한국과 아일랜드는 역사적 공통 분모…정신과 문화 공유"
2023-09-26 16:05:09 2023-09-27 16:43:1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서정적인 멜로디와 허스키한 보컬 톤에서 풍겨오는 가을 새벽녘의 상쾌한 공기 향. 그 소리의 영사기를 돌리면 잔잔히 흘러가는 목가적 풍경, '조도 낮은 블루'로 채색된.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의 내한 무대를 보면서 '음(音)으로 그려낸 한 폭의 시화' 같다고 느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단출하게 쌓아 올리는 곱고 부드러운 선율들과 드럼과 베이스의 정갈한 리듬의 숲, 캠퍼(KEMPER) 사의 앰프를 활용한 따뜻한 공간계 음향(리버브와 딜레이 효과, 반사음이나 잔상음)에선 제임스 조이스나 오스카 와일드가 별안간 튀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공연 직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국내 매체 중 단독으로 만난 코다라인 프론트맨 스티브 개리건(Steven Garrigan·보컬·피아노·기타·작곡·작사)은 "역사와 정치 상황이 시나 음악 같은 예술과 문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한국과 아일랜드 사이엔 '작은 나라이지만 밝은 역사를 지니지 못한' 공통 분모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 양국의 정신과 문화가 서로 통한다는 점이 우리 음악이 들려지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내한 단독 공연을 연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코다라인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스워즈라는 작은 마을에서 결성한 밴드입니다. 개리건을 비롯해 비니 메이(Vinny May·드럼), 제이슨 볼랜드(Jason Boland·베이스 겸 음향 엔지니어), 마크 프린더개스트(Mark Prendergast·기타)는 모두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 친구 사이. 2006년 ’21 Demand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2012년 발표한 첫 EP ‘더 코다라인(The Kodaline)’으로 현재 밴드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인디팝과 인디록, 얼터너티브 록의 장르로 새벽 감성을 자극하는 사운드, 시적인 가사는 특유의 아일랜드 서정을 그려냅니다.
 
"같이 한 시간이 같이 하지 않은 시간보다 많은 만큼 우리 연주는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가죠. 화음과 코러스를 쌓아가며 만들어가는 곡들이 통일성을 주는 이유도 다르지 않아요."
 
매력적인 선율과 따뜻한 음향 덕에 세계 대중음악계에선 '제2의 콜드플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1집 ‘인 퍼펙트 월드(In Perfect World)’의 수록곡 ‘올 아이 원트(All I Want)’가 BBC라디오에서 '이 주의 레코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음악가 중 콜드플레이의 광팬이라 할만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밴드기 때문에 함께 언급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어떻게 보면 음악 스타일 자체로만 봤을 때 우린 콜드플레이와 다른 음악이지만요."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내한 단독 공연을 연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콜드플레이가 록의 시퀀싱(컴퓨터로 만든 전자음악) 비율을 끌어올려 반짝이는 소리의 우주를 형성한다면, 코다라인은 최대한 단출한 편성의 악기들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전원 풍경을 그려냅니다. 기타나 피아노 같은 리얼악기의 음들로부터 방직기처럼 하나하나 직조해내 만드는 퓨어(Pure) 사운드. 곡의 성격에 따라 바우런(Bodhran) 같은 아일랜드 전통 악기들을 추가시켜 내는 자유분방한 흥은 그 국가가 지닌 음악적 근본일까. "아일랜드 사람으로서 피에 흐르는 에너지는 분명 음악의 일부라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체화하면서 자연럽게 선율들에 녹아난다고 생각해요."
 
이번 내한 공연 때도 멤버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는 동선으로 서로 소리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려가는 따뜻한 사운드를 펼쳐냈습니다. 지난해 발매한 라이브 앨범이자 정규 앨범인 ‘아워 루츠 런 딥(Our Roots Run Deep)’을 기념한 월드 투어의 일환. 'Wherever You Are', 'The One', 'High Hopes'... 노란 조명 아래 빚어내는 귀에 확확 감길 정도로 좋은 조용한 소리들은 그 사이사이 마이크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깊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를 무대에 올려 보고 싶었거든요. 피아노와 기타 같은 소규모 편성에 이펙터나 장비를 최대한 걷어낸. 투어 명('Our Roots Run Deep') 역시 음악을 함께 해온 우리 멤버들의 과거부터 지금까지로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았어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기존 음반 녹음들이 편집된 무결점 음반이라면, 이 라이브 공연과 음반은 작은 실수들마저도 함께 들어갔으나, 그래서 더 우리의 진짜가 담긴 것 같아요."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내한 단독 공연을 연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수많은 음악가들(U2, 코어스, 데미안 라이스)과 세계적인 밴드 영화 'Sing street', 'Once'의 배출지. 미국, 영국과는 또 다른 감성과 자유분방함은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입니다. 코다라인의 음악도 현악 비중을 키운 '스케일 더 큰 음악'으로 세계에 닿을 수도 있을까.
 
"비틀스의 '월오브사운드'나 시규어로스의 최근작들에서 보이는 웅장함을 물론 좋아합니다. 2집 수록곡 'Unclear' 때 어린이 합창단 녹음을 활용해 오케스트라 편곡을 한 적도 있고요. 그러나 우리가 늘 추구하는 사운드의 지향점은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적은 소리가 풍부한 소리)'라는 겁니다. 우리의 사운드 근간은 계속해서 유지해가고 싶어요."
 
2019년 이후 4년 여간 3차례 내한 공연. 일정 때마다 빡빡했다는 개리건은 "이틀 일찍 들어 와 투어매니저의 추천으로 DMZ도 난생 처음으로 둘러보고 독한 막걸리도 마셔봤다"며 "꼭 다시 들어와서 흥미로운 한국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습니다.
 
이들의 노래 제목 '커다란 희망(High Hopes)'은 우리에게 실존할 수 있을까. 설사 세계가 당장 내일 끝날 수 있다 하여도. 
 
"B사이드 음반에 실린 '커먼그라운즈'(Commonground)'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더라도,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연결과 이해가 만들어내는 인류 연대의 힘이라는 것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것이기에."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내한 단독 공연을 연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코다라인(Kodaline). 사진=벅스뮤직
 
<에필로그: 코다라인, 음악을 증폭시켜주는 것들>
 
-멤버들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스워즈라 불리는 작은 마을에서 함께 유년기를 보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면서 음악 너머의 결속력 같은 게 생겼을 것 같은데, 멤버들에게 이 공간은 어떤 영감을 줬을까요.
한다리 건너면 모두가 서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에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냈고, 밴드 이상으로 특별한 관계가 됐지요. 저와 마크(기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친해졌는데, 오히려 제가 기타를 알려줬어요.(웃음) 음악을 시작하며 알게 된 비니(드럼)는 이미 5~6개 밴드에 소속돼서 드럼을 치고 있었기에 빨리 영입해야겠다 싶었고요. 제이슨(베이스 겸 음향 엔지니어)은 마지막에 들어왔지만 음향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사운드를 더 특별히 만들어주고 있어요.
 
-결성 당시 ’21 Demands’으로 활동하다가 'Kodaline'으로 바꾼 것으로 압니다. 이 팀명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활동명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지는 않아요. 블링크 182 같은 수많은 다른 밴드들처럼요.(웃음) 처음 이름 생각했을 때 그저 어감이 맘에 들고 누구도 쓰고 있지 않은 이름이라 정했거든요. 그저 우리의 연주와 노래를 통해서 우리의 활동명이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정적인 멜로디와 허스키한 보컬 톤을 듣다보면, 어느 새벽 시간대 아일랜드의 목가적인 풍경을 단번에 떠올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도가 낮은 블루'의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자신들의 음악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일 것 같은지요.
정말 예상치 못한 질문이 훅 들어오네요. 하하.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많은 영감 밀려 들어와 하나로 규정하긴 힘들지만, 말씀해주신 말이 어느정도 맞네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그런 색감으로 커버사진도 찍고 풍경도 많이 찍었거든요. 바다 같은 자연 색깔 담긴 것으로.
 
-대표곡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The One', 'High Hopes', 'All I want'는 우선적으로 멜로디가 귀에 확확 감길 정도로 좋습니다. 밴드로서 프로세싱 과정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이 곡들은 어떤 악기로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네요.
'High Hopes'는 피아노 연주로 흥얼거리며 코드를 쓰고 가사를 입혀내며 만들었어요. 보통 우리 음악이 리얼 악기의 음을 하나씩 짚어가며 만들어지는데 딱 전형적인 '메이킹 프로세스'였던 셈이죠. 보통 피아노 앞에 앉아서 악상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One' 같은 경우는 친구의 결혼 선물로 준비한 곡인데요.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과 고난·역경을 함꼐 헤쳐가기를 바라면서 썼던 기억이 있어요. 'All I want'는 대중음악 편성에선 흔치 않은 8분의 6박자의 스트러밍을 주로 썼어요. 이별한 연인이 세상을 떠난 것 같은 감정 같아서 쓴 노래죠.
 
-보통 음악가들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음향장비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대중음악 장비의 80%는 ‘비틀즈가 썼대’ 하면 인정한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에 사용된 가장 아끼는 악기 모델, 믹싱 장비 등을 소개해준다면. 
저는 피아노나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로우한 사운드를 선호하는 편이라 특정 메이커라고 더 선호하진 않습니다. 다만, 베이스와 기타의 경우는 펜더사를 주로 쓰고요. 그레치나 마틴앤코, 락브릿지도 써요. 중요한 것은 사실 리버브와 딜레이 효과를 내는 이펙터에요. 우린 주로 '캠퍼(KEMPER)사의 음향장비를 쓰는데요. 장비가 중요하기보다는 효과가 중요하죠. 리버브와 딜레이, 엠비언트! 중요합니다.(웃음)
 
-60년대 말 이미 록 음악에 필요한 음향 장비는 최고수준에 달했다고 한 얘기가 있잖아요.
동의합니다. 그래서 최신 장비만 꼭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기타 2줄 짜리에서도 흥미로운 사운드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고, 형편없는 피아노에서도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죠. 그리고 역시나 리버브 앤 딜레이를 잘 걸어주는 게(웃음)
 
-폴 매카트니('Coming Up' 커버), 마이클 잭슨('빌리진' 커버)을 코다라인 만의 색감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코다라인은 결국 록 악기들로 연주하지만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팝 음악'이라는 것을 잘 어필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곡들을 코다라인 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인 것 같은지요.
그런 팝곡들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는 건 우리가 좋아하고 자주 듣고 자주 부르기 때문이에요. 워낙 유명한 곡이라 커버를 할 때는 원곡 자체를 뛰어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킹 보컬을 활용한 하모니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식으로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스토리텔링의 뮤직비디오로도 유명하다. 비디오와 사운드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있는지요.
모든 뮤직비디오를 단편영화처럼 만들어보자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직접 출연하는 걸 꺼리기도 했는데 지인으로부터 뮤직비디오 감독을 소개받고 아직도 계속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토대로 만든 영상은 곡의 느낌을 더 증폭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역시나 리버브 앤 딜레이 효과 같은 것이지요. (웃음) 'The Answer'에서는 애니메이션까지 시도하고 있어요.
 
-코다라인의 음악 여정을 여행지에 빗대보고 그 이유를 말해본다면.
폭풍우나 햇빛이나 계속해서 반복되는 (손으로 업앤다운을 그리며) 그래프가 연상되는데요. 역경 속으로 달려가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우리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어, 하는 그런 이미지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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