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거미집' 70년대 영화의 낯섦과 새로움
2023-09-26 13:33:01 2023-09-26 13:33:0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거미집'은 기존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낯선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영화가 이야기를 펼쳐내는 방식과 전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형식, 전개, 캐릭터 모두 낯설게 느껴지고, 이 낯섦이 신선하게도, 또는 괴상하게도 느껴지게 합니다.
 
'거미집'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영감을 주는 꿈을 꾼 뒤 재촬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는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은 뒤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는 김열 감독의 꿈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다 찍어 놓은 '거미집'의 결말에 대한 꿈. 이 꿈에 매몰된 김감독은 꿈에서 보여준 결말 대로 다시 찍으면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추가 촬영을 진행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과 촌극을 1970년대 시대상에 담아냈습니다.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다 쫓겨나는 가련한 며느리의 이야기인 김열의 작품 '거미집'은 김열이 꾼 꿈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들의 복수극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하지만 1970년대는 검열 받지 않은 대본으로 촬영이 불가능하던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열은 걸작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온갖 상황을 헤쳐 나갑니다. 그리고 엔딩 장면을 '플랑세캉스(롱테이크)로 찍겠다는 계획마저 우여곡절 끝에 실현시킵니다.
 
영화는 카메라 밖의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전개됩니다. 그러다 보니 김지운 감독은 영화 속 '거미집'을 흑백으로, 이를 찍는 배우들과 감독은 컬러로 대비를 뒀습니다. '거미집'는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합니다. 1970년대 흑백 영화가 주는 과장된 표정과 말투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를 찍는 배우들의 조화가 '거미집'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합니다. 연기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 펼치는 앙상블과 블랙 코미디 덕분에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점차 광기로 치닫는 촬영 현장에 특별출연 정우성까지 더해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만 1970년대 흑백 영화에 익숙한 50, 60대라면 모를까. 흑백 영화를 보지 못한 20, 30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 스태프, 배우, 관계자 등 영화 촬영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조금 더 웃을 만한 포인트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를 경험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카메라 밖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7일 개봉.
 
영화 '거미집' 스틸.(사진=바른손)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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