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 뒤이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처럼 토속적으로 두드리는 생동감 넘치는 리듬들, 그러나 이 사이로 투명한 향기처럼 번져가는 멜로디는 자연을 닮은 그 나라와 무척이나 흡사한.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남부는 자연 경관도 멋지지만, 사람들도 따뜻하고 노래를 즐겨 부르는 문화가 있어요. 특히 마오리 부족들과 어울리다보면 음악이든, 인간 관계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요. 서로 화음을 쌓아가며 조화를 이루는 '카파 하카(kapa haka)' 같은 문화를 학교 다닐 때부터 배우거든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뉴질랜드 싱어송라이터 페이지(Paige)가 말했습니다. 두건을 두른 자유분방한 모습과 뉴질랜드의 대평원을 연상시키는 활짝 웃는 미소의 그는 "줄곧 제 음악이 해바라기 같은 노란색의 형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이별과 슬픔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한층 자라나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100% 온전한 제 경험, 제 희로애락 그대로를 음악에 입혀냅니다."
소니뮤직 산하 아리스타 레코즈 소속 뉴질랜드 음악가 페이지(Paige) . 사진=소니뮤직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의 규모 큰 음악 컨퍼런스 '뮤직 매터스 2023(Music Matters 2023)'에 참석했다가 서울을 잠시 들른 그는 "K팝 가수 중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투애니원, 딘을 좋아한다"며 "특별한 코드와 멜로디를 지닌 K팝, 다채롭고 역동적인 문화가 있는 한국 땅을 밟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습니다.
페이지는 2018년 첫 싱글 'So Far'을 내고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표곡 'Waves'와 'Too Much To H8'는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를 타고 한국 주요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두 곡 모두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야기거든요. 듣기 편하다는 평가를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음악을 만들 땐 기타나 베이스기타, 키보드를 주무르며 코드를 짚으며 시작합니다. 여기에 멜로디를 연결시키고, 컴퓨터(로직 프로)를 연결시켜 추가적인 사운드를 입혀갑니다. 밝은 곡은 통통 튀도록, 슬픈 곡은 고요하고 고즈넉하게. 오는 10월 13일에는 데뷔 후 첫 정규 음반 '킹 클라운(King Clown)'을 냅니다. 삶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카드놀이의 '왕'과 '광대'에 비유한 음반입니다.
타이틀 곡 '캐러셀(Carousel)'은 자신의 어두운 면을 마주하는 곡. "외모라든가,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돌아보다가 제 스스로 정돈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수록곡 '선 플라워(Sonflower)'의 경우, 재미있고 신나는 비트들을 담은 긍정의 노래입니다. "좋은 작곡가가 되려면 타인에게 잘함으로써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보니 제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고 있어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뉴질랜드 싱어송라이터 페이지(Paige).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이클잭슨, 저스틴 비버, 켈라니 같은 팝 가수들을 듣고 자랐다는 그는 "이전 음악들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면 새 정규 음반에서는 장난스럽게 통통 튀는 제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곡들까지 아울러 봤다"고 했습니다.
이름인 페이지(Paige)대로 새 음반은 그의 음악 커리어 새 장(Page)을 열 수 있을까. 특히 글로벌 음반사인 소니뮤직그룹의 산하 레이블 아리스타 레코즈(Arista Records)와 계약하고 내는 첫 음반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재밌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제 노래를 들어주신다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뜻밖이었고 흥미로웠습니다."
오클랜드에서 한국식 바베큐와 치맥을 즐긴다는 그는 "유튜브로 본 홍대는 제게 로망 같은 것이었다"며 "길거리 음식도 먹고 춤추는 거리를 꼭 가보고 싶다. 오클랜드에서 먹던 코리안푸드들과 비교해볼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곧 나올 자신의 새 음반을 어떤 공간으로 비유하면 좋을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바다처럼 끝없는 수평선을 그리는 타우포 호수(뉴질랜드 북섬 위치) 같은 고즈넉함?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치만 이번 만큼은 뉴욕이라고 해볼게요! 뉴욕의 그 현란한 파티 느낌도 있고, 끝나고 돌아가는 길 홀로 헤드폰으로 듣는 것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재범 대중문화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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