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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출산율…"여성 노동 시장 참여율 높여야"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8명…역대 최저 기록
성 불평등 심화·극도의 경쟁 등 저출생 원인 지목
전문가들 "여성 경제 활동 문턱 낮춰야 해결 가능"
2023-09-17 12:00:00 2023-09-17 12:00:00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현상에 대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17일 한국노동연구윈의 '노동리뷰' 보고서를 보면 여성들은 자녀의 출산으로 노동 시장에서 큰 충격을 받으며 출산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58명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저출산 추세가 심화하는 원인으로는 극도로 경쟁적인 사회, 성 불평등 심화, 불안한 정치 상황 등이 꼽힙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 추세를 나이별로 살펴보면 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20대 초반과 40대 후반에 정점을 이루는 '이원적' 구조'를 보입니다. 25~35세 구간의 경제 활동 참여율 하락은 많은 여성이 '시장 노동'을 포기하고 육아·가사노동 중심의 '비시장 노동'으로 편입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유자녀 여성의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노동 시장에서의 이탈·경력 단절을 '모성 페널티'라고 표현합니다. OECD 보고서에는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성별, 자녀 유무에 따른 고용 격차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15~54세 기혼 여성 810만3000명 중 미취업 여성은 302만7000명입니다. 이 중 경력단절 여성은 139만7000명으로 미취업 여성의 46.2%에 달합니다.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결과가 나왔다. 자료는 최근 5년간 합계출산율.(그래픽=뉴스토마토)
 
"첫째 자녀 출산, 여성 고용·임금에 부정적"
 
특히 모성 페널티는 첫 자녀 출산 이후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노윤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의 출산은 여성의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남성은 첫째 자녀의 출산에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고용과 임금의 변화를 보면 자녀 출산 후 여성 고용은 현저하게 줄어든다"며 "출산 연도부터 출산 직후 4년까지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첫째 자녀 출산 당시 여성의 나이가 20~34세인 그룹과 35세 이상 그룹을 나눠 분석한 결과 초산 나이에 따라 모성 페널티 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산 나이가 낮은 그룹인 20~34세 여성들은 35세 이상 여성에 비해 고용 감소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윤재 위원은 "초산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노동 시장에서 이미 경력을 쌓았을 것이고 이러한 여성들은 첫 자녀 출산 이후에도 경력을 유지하려는 내적 동기와 노동 공급을 줄였을 때의 비용이 커 노동 시장 이탈 경향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첫째 자녀의 출산으로 여성이 노동 시장에서 큰 충격을 받으며 복귀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성은 자녀의 출산에 임금, 고용 수준 등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봤습니다.
 
또 모성 페널티를 낮추기 위해서는 출산 후에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단기적으로 출산 직후 여성의 고용 충격에 대한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의 돌봄 문제도 해결된다면 여성의 조기 노동 시장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복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대구의 한 베이비 페어. (사진=뉴시스)
 
고임금 여성 비해 저임금 여성 더 불이익
 
자녀의 유무에 따라 여성이 받는 임금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일수록 모성 페널티 영향이 더 크며 자녀가 없을 때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곽은혜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가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 사이의 임금 격차를 '모성 임금 격차'라고 한다"며 "출산으로 인한 임금 감소는 저임금 여성에게서 크게 나타나고 고임금으로 갈수록 임금 감소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자녀가 있을 때 무자녀 상태보다 5.7%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여성의 임금 분포에 따라 추정해 보면 고임금 여성에 비해 저임금 여성이 더 큰 모성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양육 비용 증가와 자녀 양육 시간의 대체 용이성으로 봤습니다. 고임금 구간의 여성은 자녀 양육 시간을 저임금 여성에 비해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고임금 여성 중에서도 출산 후 경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여성이 자녀를 낳고 저임금 여성 중 유자녀 노동자는 노동 시장에서 생산성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출산 선택이 여성의 임금 수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고숙련 여성에게 출산의 최적 시점이 모호해진다면 고임금·고숙련 여성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정부의 모성 보호 사업이 늘어났지만, 모성 임금 격차는 오히려 악화했습니다. 
 
곽은혜 위원은 "보조금 형태의 지원과 같이 여성의 출산만을 강조하는 단편적인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경제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출산은 여전히 큰 장애 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이어 "여성의 경제 활동과 균형 있는 가정생활 모두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노동 시장 기회비용을 낮추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여성 근로자 집단의 임금 수준별 이질성을 파악하고 각 집단의 문제에 적합한 정책 목표 수립과 정책 도구 개발이 요구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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