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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1년)금융지주 회장도 '내 맘대로'…자유시장경제 실종
신한·우리·농협지주 수장 교체
금리인하 압박 등 과도한 시장개입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혁신 제자리
2023-05-10 06:00:00 2023-05-10 06:18:4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권에서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을 두고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주의를 정부 운영의 기본 철학으로 내세운 것이 무색하게 금융당국 수장들은 인사 개입, 규제 강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행사했는데요. 금융지주사 회장 자리에 친정부 인사를 내려보내고, 금융사를 대상으로 고통 분담을 강조하는 것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의 '관치 금융' 논란은 사실 정권 초부터 예상됐던 일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 인사가 내려오면서 부터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당시 검찰 편중 인사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금감원장 인사를 강행한 것은 금융권을 강하게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검찰'이라 불리는 금감원에 진짜 검찰 출신 원장이 내려왔으니 그 존재만으로도 금융사들을 떨게 했으니까요. 
 
지난해 취임 초까지만 해도 이 원장 주특기는 발휘되지 않은 듯 했습니다. 피의자를 압박하는 검찰 특유의 통제력 면에서 말이죠. 그런데 금융권 CEO 임기 만료가 몰리는 연말 연초가 다가오면서 이 원장의 화법은 직설적으로로 바뀌어갔습니다.
 
결국 5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의 지주사 회장이 교체됐는데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손꼽히는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들도 대거 교체됐습니다. 이들 모두 회장 교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어났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는 친정부 인사들이 내려왔습니다. 우리금융지주에선 연임을 꾀하던 손태승 전 회장 대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엔 이석준 전 국무조정 실장이 선임됐습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의 지주사 회장이 교체되면서 다른 지주사들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국은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끈질기게 추궁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연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회장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관리 부실의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리 개입도 윤석열정부의 관치금융을 설명하는 대표 사례입니다.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사들의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신호를 여러차례 보냈는데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렸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며 고통분담을 요구한 후 당국은 은행 영업관행을 수술하겠다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는데요. 당국은 TF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 다음달 말 은행권 제도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부 출범 초기에 강조해온 금산분리 완화, 자회사 출자범위 확대, 부수업무의 네거티브로 전환 등의 규제완화 정책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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