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수영 을지OB베어 대표 "지금이 시작…사회 분위기 바뀌어야"
철거 후 문화제 이어와…국회 토론회도 개최
을지로 재개업 희망…여전히 가게 물색 중
2023-03-31 11:27:21 2023-03-31 15:22:4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해 4월 강제 철거된 '을지OB베어'가 지난 3월23일 동교동에서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오랜만에 일상을 찾았다는 최수영 을지OB베어 대표는 손님들 앞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멈출 줄 몰랐습니다.
 
재개업 예배와 뒤풀이가 열리던 지난 29일, 동교동 경의선책거리에서 최 대표를 다시 만났습니다. 달라진 위치와 주변 분위기가 낯설기는 했지만 넓어지고 깨끗해진 매장은 책거리와도 퍽 어울렸습니다. 오랜만에 대규모 손님을 맞을 준비에 분주한 매장에서 최 대표에게 그간의 안녕을 물었습니다.
 
원래 을지로3가에 자리했던 을지OB베어는 임대인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강제 철거됐습니다. 42년간 3대가 몸담은 가게였지만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야반도주하듯 사라져버린 가게 앞에서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던 을지OB베어 주인 부부와 단골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최수영 을지OB베어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재개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최 대표는 그동안 쉬지 않고 문화제를 이어왔다고 합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옥바라지선교센터 등과 함께 모여 을지OB베어 가게가 있던 자리에서 강제 철거된 4월21일부터 지난해 11월30일까지 매일 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이후 재개발로 인해 문화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자 자리를 옮겨 중구청 앞에서 일주일마다 1회씩 문화제를 이어왔습니다.
 
문화제를 통해 최 대표는 노가리골목의 독점을 방관하는 중구청에 책임 있는 개입을 요청하는 한편, 서울미래유산·백년가게 정책의 전면적 보완을 각각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요구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을지OB베어 사태와 청계천 을지로 개발로 바라본 상가임대차법 및 도시정비법 개정 방향 토론회'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상가임대차법'의 미비점을 논의하면서 을지OB베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편을 촉구했습니다.
 
최 대표는 "법이 바뀌고 정부·행정기관에서 변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영업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움직이고 있다. 아직 진전은 없지만 토론회 등을 통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그렇게 사회가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가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는 최 대표는 별다른 홍보도 없이 가게를 알고 찾아주는 손님들 덕에 기운이 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간판만 걸어놓았을 뿐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을지OB베어를 알아보고 하나 둘 들어와서 저희 부부를 확인하더니 '잘 됐다'고 그러면서 사진을 찍고 소문을 내주시고 있다"면서 "손님들이 너무 반가워하면서 상상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교동에 있는 을지OB베어에는 기존 단골과 새로운 청년층이 섞여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치솟은 물가도 이번에는 반영이 됐습니다. 을지OB베어의 노가리 가격은 기존 1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쥐포는 5000원에서 7000원, 소세지는 7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생맥주 가격은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습니다. 최 대표는 "을지로에서는 원가 이하로 판매를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서 가격을 조정했다"며 "그래도 1만원이 넘어가는 메뉴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대표는 새로운 손님들도 함께 맞이하면서 열심히 장사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영업을 하지 못했던 11개월이라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다는 겁니다. 을지로에 다시 가게를 구하게 되면 이곳은 아들에게 물려줄 계획입니다. 청년층도 많이 다니는 이곳은 아들이 영업하고 최 대표는 을지로로 돌아가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입니다.
 
최 대표는 "을지로에 가게를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노력 정도가 아니라 그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동교동에 을지OB베어를 재개업했다고 마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구해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목표에 대해 묻자 최 대표는 "큰 목표는 없고 그저 최선을 다해 장사를 하고, 을지로 가게를 구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개발 때문에 얼마만큼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1대 창업주의 뜻을 받들고 을지로에 남아있는 단골들과 같이 맥주를 마시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마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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