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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사태 보고도…금융안정계정 도입 난항
여당 "예금보험요율 포함해 자금 확충방안 논의 필요"
"유동성 문제 발생할 수 있는데"… 애타는 금융위
2023-03-30 06:00:00 2023-03-30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기관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여당은 예금보험기금 내에 금융안정계정을 하루 빨리 만들어 위기에 대비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측에서 예금자보험요율 등 자금 확충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8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정부 발의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로 상정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처음 논의된 개정안에는 예금보험기금 내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것과 함께 예금보험기금 각 계정에 적립된 차입금, 예금보험기금채권발행, 보증료 수입금 등을 재원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자체가 시장에 '안정'신호"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금융안정계정 도입 자체가 시장에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로 저축은행 부실 등이 위험하고 아주 급한 상황"이라며 "나중에 사고 터지고 나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하는데, 그 전에 부실 징후를 미리 진단하고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금융안정계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일단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고 세부적인 사항은 그 후에 논의해도 되는 것"이라며 "도입자체가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금융안정계정에 SVB사태로 인해 불거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과 예금보험요율 인상까지 포함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김한규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예금자보호한도 및 예금보험요율 상향을 포함해 금융안정계정에 자금을 채울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련 TF를 구성하는 등 지난해부터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예보는 '깡통계좌'라 할지라도 일단 계정 자체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금융안정계정에 자금을 채울 방안까지 논의하게 되면 계정 도입 자체가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금보험공사 금융안정계정 TF팀 관계자는 "금융위기는 갑자기 오는 것"이라며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함으로써 시장을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안정화시켜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시장, 금융사, 캐피털사 등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융안정계정 설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안정계정을 이른바 '깡통계좌'에 비유하며 "필요시에는 금융안정계정을 꺼내 기존 예금계좌에서 지급보증을 하고, 손실이 났을 떄 추후에 채우는 식으로, 손실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미리 (자금을) 쌓아 놓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면서 "사후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해당업권이 부담하는 방식이 적정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에 하나 부실이 걱정된다면 금융안정계정보다 기존 예보 기금에 자금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VB사태 이후 위기시 유동성 지원 필요성 부각"
 
금융업계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로 인해 금융안정계정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SVB사태가 타 은행으로 전이되지 않고 조기에 혼란을 막을 수 있었던 조치 중 하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Bank Term Funding Program)이 꼽히기도 합니다. 이는 은행과 저축조합 등 금융기관이 내놓는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담보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해 1년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융안정계정에 대해 "금융시스템 위기 징후가 보일 때 예보가 개입해 사전에 지원해주는 제도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등도 크게 도움받은 바 있다"면서 "부실징후 회사에 대해 금융안정계정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안정계정과 비슷한 성격의 제도가 운영된 적 있습니다.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와 금융안정기금, 2020년 금융안정특별대출 등 과거 금융위기시 금융회사 지원체계를 상설화한 것입니다. 과거 금융위기 시절엔 금융사가 부실에 빠진 이후 긴급자금지원제도로 뒷수습을 하는 데 그쳤지만 이와 별도로 비상시를 대비한 계정을 새롭게 상시화해 사전에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입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선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각각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채무보증프로그램(DGP)과 은행 정상화 정리지침(BRRD), 위기대응계정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지원 제도를 구축해 놓은 바 있습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안정계정 지원 주요 절차 (그래픽=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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