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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극한 대치…'강행→거부' 땐 정치 실종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민주당 새 법안 발의
방송법·간호법 뇌관에 정국 경색 점입가경 우려
2023-03-24 17:38:12 2023-03-24 17:38:12
지난 2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개정안과 비슷한 법안을 만들어 발의할 방침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현실화할 경우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을 정부가 거부하고, 야당이 재차 유사한 법안을 내놓는 악순환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거야’ 강행에 거부권 ‘맞불’ 초읽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습니다.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할 것을 규정하고 있죠.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내세우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데 이어 지난 1월 본회의 부의를 주도하고, 국회 문턱을 넘기는 데 성공했죠. 반면 정부여당은 정부의 쌀 매입 비용 부담이 늘고 농업 경쟁력이 저하된다며 양곡관리법에 반대해왔습니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이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부여당도 윤 대통령의 입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앞서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도돌이표’ 가능성…정국 급랭 그림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후속책을 마련했습니다. 기존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건데요.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이에 절차의 편의성을 위해 새 법안을 추진한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후폭풍입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민주당의 법안 재발의가 현실화하면, 정부와 국회가 정치력만 허비한 채 마땅한 결과를 매듭짓는 데 실패하는 셈이 됩니다. ‘거대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도돌이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죠.
 
민주당이 강행을 벼르고 있는 것은 양곡관리법뿐만이 아닙니다. 방송법, 간호법 등도 뇌관이 될만한 지점입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방송법과 간호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습니다. 방송법과 간호법도 양곡관리법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경우,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정국이 경색하는 일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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