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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부산엑스포, 기업-정부 한마음으로 뛰면 성공한다
2023-01-31 06:00:00 2023-01-31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제활동에도 엄청난 도움을 줍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국가 브랜드 제고 방안은 바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였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해 뛰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부산엑스포 응원 메시지를 담은 대형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였는데요. 광고가 걸린 반호프슈트라세(반호프 거리)는 대표적인 번화가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52개국 정상급 인사의 차량 행렬이 삼성전자의 부산엑스포 광고가 걸린 이 길을 거쳐 갔습니다. 하얀 눈이 뒤덮힌 철길 위에 내걸린 전광판 맨 상단에 삼성이라는 로고와 함께 'WORLD EXPO 2030 BUSAN, KOREA'라고 적힌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 홍보 문구가 각국 정상들에게 각인된 순간이지요.
 
삼성전자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해 7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도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옥외광고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수바 그랜드 퍼시픽 호텔 등 주요 건물의 외벽에는 옥외광고를, 시내 중심가에는 대형 전광판 광고를 내보냈는데요. 피지 인사말을 활용해 'Bula from Busan(부산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대한상의 수장을 맡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다보스 포럼 기간 해외 정상들을 예방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최 회장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부산엑스포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SK 관계자는 "각국 정부를 상대로 부산엑스포 지원 활동에 적극 나설 경우 행사 유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 국가에 SK와 한국의 강점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등 경제협력 효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부산엑스포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 개최 기간에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가 랩핑된 차량 58대를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각국 정상들과 현지인들에게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대한민국 부산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 효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 로고를 랩핑한 현대차 차량을 프랑스 팔레 데 콩그레와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주요 관광명소 주변에서 운행했는데요. 부산엑스포의 주제인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콘셉트와 어울리게 아이오닉 5,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홍보 차량으로 투입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박람회 개최지로서 부산만의 경쟁력과 부산세계박람회의 비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7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부산기업인 100인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을 조사한 결과, 55.0%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1위로 꼽았습니다. 연말에 개최지가 결정되는 만큼, 엑스포가 유치될 경우 각종 산업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엑스포 유치를 지역 경제 재도약의 모멘텀으로 평가하는 기업인들도 많았습니다.
 
부산엑스포를 단순히 부산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치러지는 지역 행사로 치부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 세대의 대도약을 위한 비전 프로젝트"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로 6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는 물론 50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부산을 '세계적인 물류 중심 항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부산과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 중 사우디가 우리의 강력한 맞수로 꼽힙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전담하며 현장을 누비고 있는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은 "상대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우리 지지로 선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지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글로벌 이벤트가 필요하고, 국가의 에너지와 국력을 집중할 중요한 분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엑스포 개최는 비단 정부와 지역에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국가브랜드는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에서 이름에 제법 알려진 기업들도 초기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때는 큰 벽을 느끼기 마련인데요. 해외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국가브랜드와 기업의 이미지를 연계시키는 것으로 꼽힙니다. 국가브랜드와 기업의 이미지의 케미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국가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시장진입 및 인지도면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키울 수 있으니까요. 즉 국가브랜드 제고의 수혜자는 기업이라는 얘깁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러한 성공법칙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170여개 국가들의 비밀투표로 결정날 전망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교섭을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열병 주사까지 맞으면서 투표권의 절대다수를 가진 아프리카 현지를 누볐다고 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코리아 원팀으로 민·관 외교역량 발휘해 유치에 막판 스퍼트를 내야 합니다. 투표로 판가름이 나는 만큼, 정부가 가진 외교 역량과 기업의 막강한 교섭력을 더욱 집중할 때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두손 걷고 활동하는 국내 기업들을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역시 선행돼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개월.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2030 부산엑스포의 기적'을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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