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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지원 '언감생심'…위기의 중소건설사들
롯데건설·태영건설 그룹 차원 자금 수혈
중견·중소건설사, 유동성 위기에 '긴장'
분양시장 침체로 어려움 가중…"지방은 더 심각"
2023-01-20 06:00:00 2023-01-20 06:00:00

대구 동구 신암동 일대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그룹 차원의 자금 수혈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헤쳐가고 있습니다. 반면 모회사나 계열사의 지원이 어려운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극심한 자금난을 넘어 연쇄 도산 우려에 떨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은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습니다. 연 13%의 이자율로 오는 26일부터 4년간 돈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장기성 자금을 확보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그룹 차원의 추가 자금 지원으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비하고,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신규 기업어음(CP) 발행으로 500억원을 확보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계약과 신규 PF 대출 약정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모회사의 지원으로 장기 차입금을 마련했습니다. 태영그룹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태영건설은 든든한 배경이 있는 셈입니다.
 
롯데건설도 계열사 지원 아래 현금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 만기로 5000억원을 대여했으며, 다음달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을 통해 각 3000억원, 1000억원을 단기 차입했습니다. 계열사의 유상증자로 1782억원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아 2500억원의 회사채 완판에도 성공했습니다. 채권시장안정화펀드(1200억원)와 산업은행(900억원)이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요.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지방 분양난에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
 
이처럼 그룹 건설 계열사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자금난 위기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뒷배가 없는 중견·중소건설사는 회생이 어려운 상황인데요.
 
실제로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135건) 대비 47건 늘었습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사실상 신규 PF 대출이 막혀있다"며 "대출이 가능해도 금리가 너무 높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자금난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분양 실적도 저조해지면서 진행 중인 사업마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82.3%로 떨어졌습니다. 2021년 4분기 93.8%에서 지난해 1분기 87.7%로 하락한 뒤 3분기에 더 내려왔는데요.
 
초기 분양률은 분양 개시일 이후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사업장의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을 의미합니다.
 
수도권의 지난해 3분기 초기 분양률은 93.1%로 비교적 높지만 지방의 경우 △5대 광역시·세종시 84.3% △기타지방 72.5%로 낮습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수도권이나 대형 사업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공급이 많은 대구 등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며 "장기 공실이 발생하면 결국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못 받게 되고, 그 여파는 하도급, 건자재 업체 등으로 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과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한 거래 정상화, 중견·중소건설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과도한 요구 제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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