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상)"참혹한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유가족이 전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 및 희생자 유족들, 국정조사서 직접 목소리 냈다
2023-01-12 17:11:20 2023-01-12 21:44:20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진술을 마치고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힘들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서형주 씨의 누나 서이현 씨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12일 참사 생존자 및 희생자 유족들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직접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이 전한 참사 현장에 국가는 없었습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유족들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했습니다.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유족들은 밤새 거리를 헤매야 했습니다.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도 정부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발언들, 위패·영정 없는 분향소, 유족들 모임 방해 모두 ‘2차 가해’라고 이들은 강조했습니다.
 
"국가가 2차 가해자였다"유가족의 고발
 
이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사 생존자 2명과 희생자 유족 8명, 지역 상인 1명 등 총 11명이 진술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참사 당시 현장을 통제할 안전 인력도, 부상자를 치료할 구조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인근 도로와 빈 상가, 체육관 등에서 몇 시간씩 방치됐고, 동행자들과 분리시키는 바람에 신원확인이 늦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유족들은 희생자의 차가운 손이라도 잡고 싶어 이태원, 병원, 경찰서, 주민센터 등을 돌아다녀야 했다고 합니다.
 
서이현 씨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 경찰에 총괄 컨트롤 본부가 어디냐고 물어봤으나 현재 그런 곳은 없고 집에 가서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며 “누구든지 지금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족에게 브리핑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막막하고 피 마르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지금도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행적을 애타고 쫓고 있습니다.
 
국가 사과 없었던 76일한국 정치 민낯
 
참사 이후 국가는 오히려 ‘2차 가해자’였다고 이들은 강조했습니다. 이태원 상인들의 도움으로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생존자 김초롱 씨는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악성 댓글이 저를 힘들게 하진 않습니다”며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참사 현장에서 본 모두는 삼류가 아닌 일류였습니다. 삼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지휘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유족들의 모임을 만들지 않은 것과 관련 익명의 생존자는 “참사 현장에서 예비 신부를 잃었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들 덕분입니다”라며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유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을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2차 가해입니다”라고 울먹였습니다.
 
서이현 씨는 “참사가 난 지 76일째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유가족은 더 외롭고 힘듭니다”라고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