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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보험중계플랫폼, 차보험 놓고 찬반 팽팽
빅테크 "차 보험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보험업계 "GA설계사 생존권 문제" 반발
2023-01-11 06:00:00 2023-01-11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추진하는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자동차보험은 온라인 플랫폼 취급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동차보험이 제외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온라인플랫폼, 보험업계는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위한 논의를 재개합니다. 이달 중 금융당국은 보험대리점(GA)업계 손해보험업계, 생명보험업계 등 업권별 관계자를 만날 예정입니다.
 
일단 종신보험·변액보험·외화보험 등은 온라인플랫폼 취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고 이런 이유로 온라인채널(CM채널)에서의 판매 빈도도 그리 높지 않아 온라인플랫폼에서도 반길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자동차보험은 안 돼" 반발
 
문제는 자동차보험입니다. 온라인플랫폼은 취급을 원하고, 보험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GA업계는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이 온라인플랫폼에서 다뤄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의 생계 민감도와 생활밀착 정도가 크다"며 "45만 보험영업인의 생존권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했을 때 수익성이 크진 않지만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다른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활로가 마련된다"며 "대면채널에서 보험판매는 자동차보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보험이 온라인플랫폼에서 취급되면 수수료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 실손의료보험 다음으로 보험시장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기준 2432만대가 가입돼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제정한 표준약관을 바탕으로 상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회사별로 구조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결국 개별사 CM채널보다 온라인플랫폼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플랫폼으로 넘어갈 경우 보험사는 수수료 책정 논의에서 '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먼저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를 시작한 다른 금융권의 상황을 보면 보험업계의 우려를 단순 기우로만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대출비교서비스에 대해 온라인플랫폼의 중개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한국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 제도의 현실'이라는 보고서에서 빅테크의 중개 시장 독점으로 인한 경쟁 저하를 우려하며 온라인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서비스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들은 온라인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게 되면 20%가 안 되는 시장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중소형사들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등 4개사가 약 8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소규모의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회사별로 구조 차이가 크지 않아 가격이 낮은 곳을 선호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유명사의 브랜드를 믿고 자동차보험에 가입한다"며 "온라인플랫폼에서 나란히 회사별 자동차보험이 게시되면 소비자들은 상위권 회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빅테크 "자동차보험, 보험비교·추천 핵심"
 
온라인플랫폼에서는 자동차보험을 취급해야 보험비교·추천서비스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CM채널에서 가장 활발히 팔리고 있는 보험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은 50% 이상이 비대면으로 판매됐습니다. 이 중 CM채널 비중은 무려 32.9%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장기보험의 CM채널 판매 비중이 2.7%, 일반보험은 2.3%입니다. 생명보험 중에서는 보장성보험이 2.8%, 저축성보험이 11.4%, 변액보험은 0.2%였고요. CM채널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의 취급 여부는 보험업계와 온라인플랫폼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향후 전개를 짐작하기 어렵다"면서도 "온라인플랫폼에서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을 내세우는 것이 제도를 만드는 취지가 있을 것인데, 그런 면에서 자동차보험의 취급 여부가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경부고속도로 반포IC 부근을 지나는 차량들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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