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작년 초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 그리고 상영관 내 취식 금지가 동반 해제되면서 2년 동안 이어져 온 국내 영화 시장 침체기가 풀리는 듯했다. 실제로 ‘범죄도시2’가 영화관 해제 조치와 함께 개봉 후 무려 12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이를 반증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급 반전됐다.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펜데믹’은 너무 길었다. 관객들의 취사 선택 구조가 완벽하게 뒤바뀌어 버렸다. 그걸 읽어내지 못한 시장은 연패를 거듭했다. ‘코로나19’ 침체기 수준의 상황으로 곧바로 컴백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속도로 성장한 OTT업계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한 것도 패인 중 하나다. 그래서 2023년은 정말 중요하다. 상황 자체를 반전 시킬 준비가 끝났다는 게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뭐가 잘못됐고, 뭐를 잘못 알고 있었으며 뭐를 앞으로 해야할지를 충분히 확인했다. 올 한해 이 시장을 이끌어 갈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선보일 킬러 콘텐츠 라인업. 반면교사의 온전한 반증이 될 것을 시장 전체가 기대를 하는 이유다.
(좌)김혜수 (우)염정아 사진=뉴스토마토 DB
◇계묘년 흥행 귀신 전설 뜬다…뉴(NEW)
국내 영화계 원조 ‘흥행 귀신’으로 불리는 뉴의 올해 라인업. 탄탄하고 또 뉴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영화들이 포진돼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작품은 류승완 감독 그리고 김혜수 염정아 여성 투톱이 이끄는 ‘밀수’다. 국내 액션 영화 연출의 레전드로 꼽히는 류 감독은 이미 20년전인 2002년 전도연 이혜영 여성 투톱 액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선보인 바 있다. ‘밀수’는 20년 만에 류 감독이 선보이는 여성 투톱 액션이다. 1970년대 평화롭던 작은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밀수에 휘말리게 된 해녀들의 범죄 활극을 그린다. 김혜수 염정아 외에 조인성 박정민 등 막강 캐스팅을 자랑한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 신의 손’ 등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유아인 이재인 안재홍 라미란 주연의 ‘하이파이브’를 선보인다.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얘기를 담은 한국형 히어로 무비다.
국내 느와르 장인 박훈정 감독의 신작 ‘더 차일드’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복싱 선수 출신의 한 소년이 미스터리한 자들의 타깃이 돼 쫓고 쫓기는 얘기를 담아냈다. ‘슬픈 열대’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더 차일드’로 제목을 굳혔다. 배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 등이 출연하는 ‘히든 페이스’는 제목 그대로 ‘히든 흥행 예정작’ 가운데 한 편이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을 선보인 김대우 감독 신작으로 한 통의 영상 편지만 남기고 사라진 약혼녀의 행방을 쫓던 한 남자가 그녀와 관련된 충격적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독특한 범죄 장르 ‘범죄의 여왕’을 연출한 이요섭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엑시던트’도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되는 작품이다. 강동원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이 출연을 확정했다. 살인을 우연한 사고로 조작하는 이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좌)주지훈 (우)하정우. 사진=뉴스토마토 DB
◇4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 명예 회복…쇼박스
앞선 시장 경쟁자들과 달리 지난 몇 년간 주춤했던 쇼박스는 짧고 굵게 올해 라인업을 꾸렸다. 올해 선보이는 기대작 가운데 최고는 ‘피랍’이다. ‘끝까지 간다’ ‘터널’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 신작인 ‘피랍’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하정우 주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국내 오컬트 장르의 선두주자이면서 최고의 연출자로 꼽히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자 화제작이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들이 그 후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렸다. 최민식 김고은 김도현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 답게 상당히 섬뜩하다는 후문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시민 덕희’도 주목작이다. 평범한 시민 덕희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총책 검거에 일조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린 범죄 장르 영화다. 라미란이 주인공 ‘덕희’로 출연한다. ‘강철대오’ ‘나의 특별한 형제들’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휴가’는 ‘국민 엄마’ 김해숙 그리고 배우 신민아가 모녀로 출연한다. 죽은 엄마가 하늘에서 시골에 홀로 사는 딸에게 휴가를 오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렸다.
영화 '교섭'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젠 극장 뿐만 아니 영화도 있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는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와는 그동안 별개로 치부돼 왔다. 영화 투자 배급보단 극장 사업자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투자 배급에 힘을 쏟아왔고 올해는 앞선 경쟁 회사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기대작을 라인업으로 쏟아낸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이 대표작이다. 샘물교회 납치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한 ‘교섭’은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리틀 포레스트’ ‘제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시킨 송중기 주연의 신작 두 편도 라인업에 포함돼 있다. 두 편 다 모두 강렬한 작품이다. 먼저 ‘화란’은 미래가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위태로운 두 남자의 누아르 드라마다. ‘보고타’는 중남미 국가 보고타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범죄 드라마다.
‘극한직업’으로 역대 국내 개봉 영화 흥행 2위(1626만) 기록을 세운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 ‘드림’도 플러스엠엔터의 라인업이다. ‘드림’은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주인공과 특별(?)한 국가대표들의 코믹한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를 그린다. 최근 마블의 신작 ‘더 마블스’ 출연이 공개된 박서준 그리고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이지은(아이유)이 남녀 주인공이다. 황정민 정우성 그리고 ‘비트’ ‘태양은 없다’ ‘감기’ ‘아수라’ 등 선 굵은 작품들을 연출해 온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서울의 봄’도 공개된다. 1970년대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거대한 사건을 그린 영화로, 황정민 정우성 외에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이 출연한다.
영화 '보호자'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신흥 강자 노린다…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신생 투자 배급사란 꼬리표를 올해는 확실하게 땔 준비를 마쳤다. 가장 주목되는 라인업은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다. 10년 만에 출소해, 자신을 쫓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한 남자의 얘기로 정우성이 연출 외에 주연도 맡았다. 김남길 박성웅도 함께 출연하는 액션 영화다.
‘헤어질 결심’으로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배우 ‘탕웨이의 남편’ 김태용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그가 선보일 신작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난 가족, 연인과 영상통화로 다시 만나는 얘기를 그린다.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그리고 탕웨이가 출연한다.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대혼란이 도래하는 재난 영화 ‘바이러스’도 라인업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바이러스’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수일 내에 사망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다. 김윤석 배두나가 각각 연구원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로 출연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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