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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뽑혔지만…시장 활성화 '미지수'
'구조 안정성' 가중치 낮추고, '주거환경' 및 '설비노후도' 비중 높이고
사업 첫 관문 통과 수월해져…'목동신시가지', '상계주공' 수혜 예상
재초환 규제 완화 없다면 의미 없다는 지적…"업황 침체에 시장 반전 어려워"
2022-12-08 16:00:57 2022-12-08 16:00:57
[뉴스토마토 김충범·백아란 기자] 정부가 재건축 추진의 대표적 걸림돌로 여겨졌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방안을 시행한 것을 두고, 업계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촉진 활성화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노원구 '상계주공' 등 안전진단을 목전에 둔 단지들의 경우 사업 첫 관문을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돼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재건축 활성화의 요체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규제가 여전하고 최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업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재건축 시장이 전면적으로 반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은 재건축 판정 여부를 사실상 좌우했던 '구조 안정성'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각각 15%, 25%였던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을 모두 30%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구조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 해도 단지가 노후화돼 실제 거주하는데 불편함을 겪는다면 재건축을 허용해 주고, 나아가 공급 촉진도 유도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탈락 우려에 재건축 추진을 망설였던 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준공된 단지들은 안전진단 통과가 쉬워질 것"이라며 "집주인들의 기대감으로 일부 호가가 인상되거나 급매물 회수 등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방안은 270만가구 공급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는 주거의 질 개선으로 재건축을 바라봤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노원구 상계주공 등 안전진단을 앞둔 재건축의 경우 대표적 수혜 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지구단위계획을 통과한 목동신시가지는 총 2만6629가구 규모로, 1~14단지 중 6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9·11단지를 뺀 약 2만3000가구의 나머지 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현재 적정성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노원구 상계주공은 16개 단지 중 5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1단지와 6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이 결정돼 적정성 검토를 남겨두고 있다. 또 2단지는 1차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고, 3·7·9·11·13·16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번 방안이 침체된 재건축 시장을 반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초환 규제 완화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위원은 "집값 추가 하락을 다소 줄어주는 완충 역할이나 연착륙에 도움을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로 인한 시장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해당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일단 행정적 절차를 밟을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의 최종 관문인 재초환의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구조 안전성 점수를 낮추고 다른 항목을 높였다는 것은 안전보다 편익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또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단추로 봐야 한다. 안전진단 하나만 완화된다 해서 재건축 사업 전반이 탄력을 받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재건축은 사업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단기적 가격 급등은 쉽지 않다"며 "재초환 같은 저해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도 변수"라고 짚었다.
 
재건축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됐다.
 
송승현 대표는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조합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시점에, 재건축은 매력적인 상품이 되지 못할 수 있다"며 "최근 분양 시장 청약 경쟁률에서 보이듯, 안전진단 완화가 가격 상승과 거래 활성화에는 큰 변화를 유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강해질 경우 재건축 사업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백아란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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