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된 ABCP①)연말까지 20조 만기…"둑 터질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76조…차환발행 만기도 점차 짧아져
PF, 증권사들 '황금알'에서 건전성 폭탄으로
대형사도 중소형사도, ABCP 차환리스크↑
2022-11-07 06:00:00 2022-11-0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우연수 기자] 한 때 증권사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증권사들에게 '폭탄'이 돼 돌아오고 있다. 레고랜드 부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ABCP 차환 실패 우려가 커지면서다. 채무보증(신용보강)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으로 막아야 하는데, 한곳이라도 구멍이 뚫릴 경우 연쇄 리스크로 유동성 경색 악순환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 또는 매입보장에 의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중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20조4871억원에 달한다. 11월에만 약 10조7297억원, 12월엔 9조7000억여원 규모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도 75조7707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현재 차환발행되고 있는 PF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고 있는 현상은 증권사들의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최근 몇년 간 부동산 PF는 증권사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왔지만, 올해 상황이 반전됐다. PF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도설'이 도는 등 자본건전성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 초부터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 등에 따른 PF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던 차에 레고랜드 부도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국가 신용 등급에 준하게 평가해왔던 지방자치단체의 디폴트 선언이 나오자 채권 시장 투심이 얼어붙었고, 우량 채권과 회사채 유찰이 속출했다.
 
부동산 PF란 기업과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미래 발생할 현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지급보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지급을 보증한 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담보없는 부실채권이 된다.
 
증권사들은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부동산 PF 관련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자본력과 신용도가 취약한 부동산 개발 주체들이 PF대출을 받으면, 증권사는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신용보강을 해주는 식이다. 시행사는 대출받은 돈으로 좀 더 큰 개발사업을 추진 사업규모를 키웠고, 공사가 끝나고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증권사는 높은 채무보증 수수료나 금융자문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었다.
 
PF ABCP는 PF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기업어음(CP)이다. 통상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짧은  ABCP의 만기가 돌아오면 자금을 상환하거나 새로운 회사채로 기존 회사채를 갚는 ‘차환’이 이뤄져야 한다. 차환이 안되면 신용 보강한 증권사가 직접 이를 매입하는 식으로 보충해야 디폴트를 막을 수 있는데, 최근 자기 매입으로 차환을 막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직까진 증권사들이 확보한 현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권사가 신용 및 유동성 공여를 제공한 유동화증권 대부분은 비록 높은 금리일지라도 시장에서 차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다수 증권사가 우발부채를 전액 인수하더라도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1개월 및 3개월 만기 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같은 시기가 길어진다면 차환발행의 중단에 따라 건설사와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곳에서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중소형사 가리지 않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체급에 따라 맷집이 다를뿐이고, 한곳에서 차환을 막지 못해 터지면 연쇄 리스크로 번질 수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가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행사권(콜옵선)을 연기하면서 금융권에는 긴장권이 감돌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 시장은 전체 금융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식시장과 비교해 훨씬 크고, 한번 망가지면 회복도 어렵다"며 "특히 기업들의 주된 자금조달 경로인 만큼 실물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있어 채권 시장의 위기는 가볍게 볼 게 아니"라고 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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