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용산구, '거리두기 해제' 변수 무시한 게 화근"
이태원 상인·전문가 "예년과 올해 비교하는 건 말 안돼"
"2020·21년, 방역통제인원 투입으로 그나마 통제된 것"
"제도 허점 드러나…부족함 인정하고 개선점 마련해야"
2022-11-02 06:00:00 2022-11-02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고려하지 않은 용산구와 경찰의 안일한 처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제한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있었기에 집중 운집 시간도 짧았고, 방역 게이트 통과 절차로 인해 운집 속도 또한 조절됐으나 올해는 그저 운집 인원에만 맞춰 경찰 병력을 배치한 정부의 입장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조화를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사 3일째…누적 사망자 156명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난 15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규모는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으로 꼽힌다.
 
이태원 상인회와 전문가들은 지난 2년 간은 코로나19 때문에 진행했던 방역 조치가 인원 통제 효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늘어날 인원과 영업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는 핼러윈에 많은 인원이 운집하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양 끝에는 소독제 분사되는 방역게이트가 설치되며 순차 입장이 이뤄졌다. 이 거리로 통하는 상당수의 좁은 골목에서는 방역게이트를 통과해 입장하라는 안내가 이뤄지며 상당 부분 유입이 통제됐다.
 
이번에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계음식문화거리 양방향으로 진입하는 인구와, 좁은 골목 곳곳에서 수직으로 진입하는 인구가 올해보다 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이번 참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이후 한정된 장소에 운집할 인원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로 인한 특별 대응에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정부와 경찰, 지자체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참사가 특정 장소가 아닌 거리에서 일어나고, 주최자가 있는 축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까지 미루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방역게이트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약·성범죄 단속 집중" 소리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직후에도 경찰 병력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사고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 병력은 마약과 성범죄에 집중된 터라, 애초부터 안전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얘기하기는 조심스럽고 경찰과 소방력 대응 부족이 과연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5~6년간 핼러윈데이에 8만~10만명이 응집했을 때 경찰은 50~10명 배치했고, 13만명이 모인 올해는 130명으로 예년보다 40% 증원했다"고 밝혔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지난해는 소위 '코로나빨'을 받아 그나마 통제가 잘됐던 것일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금의 상황을 지난해와 비교해 대응력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행사 주체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등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로, 서로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부족함을 인정하고 개선점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데이 당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설치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 앞으로 할로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장관·시장·구청장, 책임 회피만
 
지자체도 사고 원인 규명과 장례 등 수습을 이유로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에 대한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다.
 
유럽 출장 중 사고 소식을 듣고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의 책임론에 대해 "
"수습이 중요하다"며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한 게 아니라 경과를 더 파악하고 말씀드리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태원을 관할 자치구인 용산구도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사전 대응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발생 직후 자신의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소통 창구를 차단한데 이어 사고 발생 18시간이 지나서야 '사고 수습 중'을 이유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구청장은 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애도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직무 유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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