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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등 다국적기업, '세무조사 불응'에도 2000만원 내고 땡
'과태료 최대 2000만원→1억원 상향' 입법예고…중소기업엔 '큰 부담'
양기대·김주영 "중소기업 보호하면서도 '탈세' 해외법인 엄정 대응해야"
2022-10-12 16:15:39 2022-10-12 16:15:39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체험존을 한 시민이 찍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공개된지 하루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다국적기업과 해외법인 등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불응하고도 과태료로 때우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벌금 상한선을 일괄 5배로 상향하면서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기대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질문조사 거부로 인한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등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과태료만 총 50억1000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7년 5억2000만원 △2018년 8300만원 △2019년 26억5400만원 △2020 11억8400만원 △2022년 5억6900만원 등이다. 
 
특히 넷플릭스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모회사 및 납세의무자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세청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거나 심지어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개정요구가 일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3204억원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21억원만 부담해, 조세회피 논란을 야기했다. 
 
넷플릭스 등 다국적기업이나 해외법인이 국세청의 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 거부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 역시 절반을 넘어섰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세청의 질문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 거부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은 328건, 이 기간 동안 부과한 과태료는 총 44억원이었다. 이 중에서 외국법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185건으로 56.4%로 많았다. 국세기본법 제88조에 따르면 세무조사와 자료제출 요구 등을 포함한 질문조사에 대해 거부할 경우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간 다국적기업·해외법인 등이 과태료 부과 건수·벌금액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이유는 낮은 과태료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매출액이 높은 대기업이라고 해도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하면 되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고 국세청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등이 조사 거부에 대해 고액의 벌금, 징역형 등을 부과해 엄정히 대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일은 정보제공과 문서 제출 불응 시 2만5000유로(한화 약 3468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시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된다. 고의적으로 거짓을 진술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기재부는 지난 7월22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과태료 상한을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상한선을 일괄 5배로 상향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액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해 최고 1억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담하는 것이 국세청 조사에 응하는 것보다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매출액이 적은 중소기업에게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매출액에 따라 과태료도 차이를 두고 있다. 100억원 이하인 경우 500만원,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인 경우 1000만원, 1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000만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를 상한선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이에 맞춰 매출액 별 과태료도 일괄 5배 상향이 이뤄지게 된다. 
 
양 의원은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경우 과태료가 1억원으로 매출액의 0.1%에 해당한다. 반면 100억원 이하의 소기업은 과태료가 2500만원으로 매출액의 0.25%에 해당한다”며 “자료 거부를 악용할 소지가 낮은 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매출액 비중으로 2.5배 넘게 과태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태료를 악용하는 사례를 없애고 과태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자료의 중요성과 거부사유, 기업의 세금추징을 받고 있는 금액, 기업규모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해 과태료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역시 “악의적으로 세무조사를 거부하는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부담세액에 비하면 1억원의 과태료도 약소해 국세청의 질문·조사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이와 반대로)소기업에게는 갑작스러운 5배 인상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소기업은 보호하면서도 악의적 역외탈세와 외국 대기업의 조사 거부에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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