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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대란이냐 인상이냐…17차례 공식석상, 여전히 '교착상태'
정부 17차례 설명회 열었지만…정부·생산자·유업체 평행선
원유용도별 차등 가격제 두고 첨예한 대립 각만
생산자단체 "원유가격 결정 뒤 제도개편 논의 이어가야"
우윳값 인상 막을 정책수단 '전무'…밀크플레이션 오나
2022-08-16 06:00:00 2022-08-16 06: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원유(우유)의 용도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을 두고 정부·유가공업체(유업체)와 낙농가 간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유 대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유 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버터, 치즈, 빵 등 유가공품 도미노 가격인상으로 빠지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합사료 값 인상 등 낙농가의 실질생산비가 올라 가격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가격에 직접 개입할 수 없고 원유값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도 전무해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다.
 
15일 정부와 낙농가 등에 따르면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 등은 지난 7월부터 총 17차례(정부 14회·지자체 자체설명회 3회)에 걸쳐 지자체 공무원, 낙농관련조합 직원, 낙농가를 대상으로 '낙농제도개편'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사실상 교착상태다.
  
원유용도별차등가격제는 원유가격을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원유가격은 음용유를 중심으로 책정하고 있다. 원유용도별차등가격제는 음용유와 가공유를 구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낮은 가공유에는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가생산량을 기준으로 음용유 195만톤, 가공유 10만톤으로 나눠 음용유 가격은 현재 수준인 리터당 1100원으로,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해외 다른 국가들에 비해 3배 가량 비싼 우유가격과 오는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던 관세 철폐 등이다. 낮은 가격 경쟁력으로 우리 낙농가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15일 정부와 낙농가 등에 따르면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 등은 지난 7월부터 총 17차례(정부 14회·지자체 자체설명회 3회)에 걸쳐 지자체 공무원, 낙농관련조합 직원, 낙농가를 대상으로 '낙농제도개편'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사실상 교착상태다. 사진은 마트에 진열된 우유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낙농가 등 생산자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제도 도입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권 말인 지난해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낙농산업발전협의회를 꾸리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파행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농식품부 수장인 정황근 장관도 의지를 가지고 지난 7월부터 제도 개편 협의를 추진했으나, 생산자단체가 반발을 지속하면서 지난 7월 28일부로 협의가 중단됐다. 
 
생산자단체는 사료가격 폭등으로 낙농가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우선 올해 원유가격 결정을 마친 뒤 제도개편 논의를 이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원유가격은 생산자단체와 유업체의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데, 낙농가 측이 생산자단체에서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면 원유 납입을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비쳤다.
 
생산자단체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배합사료 가격이 31.5~33.4%, 조사료 가격이 30.6% 올랐고, 낙농가의 실질생산비가 1000원 내외를 육박했다. 실제 일일 우유생산 1톤 규모 낙농가는 사료값을 제외하면 4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관계자는 "가격협상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제도 개편과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가격협상만 먼저 이뤄지면, 제도 개편 담보는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가격협상은 생산자-유업체 협의 사항으로 소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해 협상력 담보해야 한다"며 "정부가 가격협상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으나 공정하게 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원유값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원유가격은 통상 전체 물량의 23%를 책임지는 낙농진흥회 내부의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낙농진흥회 내부에 가격 결정을 위한 가격결정소위원회를 꾸리는데 여기에는 생산자단체 3명, 유업체 3명이 참여한다. 이를 대다수의 유업계가 따르는 것으로 결정하고 있다. 즉 생산자 단체는 유업체와 둘이서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산자단체는 지난 8일 매일유업 평택공장을 시작으로 12일 빙그레공장까지 원유가격 협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닷새 동안 진행하면서 유업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납유거부를 할 경우 유업체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극심한 만큼 정부와 유업체에서 협상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제도 개편 논의는 물론이고 원유가격 인상으로 치즈 등 각종 가공제품 가격이 도미노처럼 오를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납유거부는 먹거리를 가지고 일반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잘못된 행동으로,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필요하면 생산자단체를 설득을 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납유거부는 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정부와 낙농가 등에 따르면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 등은 지난 7월부터 총 17차례(정부 14회·지자체 자체설명회 3회)에 걸쳐 지자체 공무원, 낙농관련조합 직원, 낙농가를 대상으로 '낙농제도개편'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사실상 교착상태다.  사진은 원유용도별차등가격제 반대하는 낙농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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