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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무산 여파…에이티세미콘, 자금조달 능력 '도마위'
대규모 자금조달 기업 납입 여력 의문
디아크·럭스, 자금조달 철회 후 상장폐지 리스크까지
에이티세미콘, 자금조달 공시 후 CB 전환 쏟아져
2022-04-05 06:00:00 2022-04-05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에디슨EV(136510)의 쌍용차 인수가 자금 조달 문제로 무산되면서 시가총액을 초과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시가총액의 4배에 달하는 자금조달을 공시한 에이티세미콘(089530) 역시 자금조달 주체를 명확히 알 수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이나 자금을 대는 주체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이티세미콘, 시총 4배 자금조달 성공할까?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시가총액의 4배를 넘어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에이티세미콘은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 이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00억원대 수준이던 에이티세미콘의 주가는 해당 공시이후 1060억원을 넘어섰다.
 
앞서 에이티세미콘은 인플루언서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대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유상증자를 통해 21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공시했다. 공시 전 시가총액의 4배를 넘어서는 대규모 자금조달로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실제 자금조달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되자 에디슨EV 주가가 급락했다”며 “한계기업이 진행하는 대규모 자금조달 대부분은 주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투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실제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표=뉴스토마토)
 
한계기업의 시총 이상 자금조달…실패 땐 급락
 
그간 대규모 자금조달을 이슈로 여러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던 상당수 기업은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디아크(078590)(구 두올산업)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위해 2100억원 규모의 CB와 BW, 유증을 계획했으나, 인수가 무산되면서 자금조달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두울산업 역시 시가총액의 4배를 넘어서는 자금조달에 주가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에이티세미콘과 자금조달 규모나 시가총액, 주가추이 등이 굉장히 유사했다.
 
두울산업은 당시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SG BK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으로 최대주주와 관계된 투자조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다만 두울산업의 경우 실제 자금조달이 이뤄진 것은 납입일이 가장 빨랐던 99억원 규모의 7회차 CB가 유일했다. 나머지 2000억원은 빗썸 인수 무산으로 모두 철회됐고, 2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60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두울산업은 유증 결정 3건과 CB 발행 5건, BW 발행 8건 총 17건의 공시를 철회했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13.5점의 벌점을 부과받았다. 다행히 벌점으로 인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면했지만, 이듬해 감사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밖에 지난해 상장폐지된 럭슬은 지난 2019년 시총 두배 규모의 자금조달 소식에 이틀간 상한가에 올랐으나 실제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철회됐다. 또 지난해 말 대규모 자금조달로 상한가에 오른 에프앤리퍼블릭(064090)도 납입일이 지속 연기되면서 최초 공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납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시철회·내부 정보 악용 우려…피해는 개미 몫
 
전문가들은 한계기업들이 투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향후 자금조달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최대주주 등 특정인만 배를 불리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최대주주나 특정 투자조합의 CB 투자금 회수를 앞두고 호재성 공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금조달 실패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그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티세미콘은 21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공시 이후 앞서 발행했던 CB들 대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4월5일부터 11일까지 전환될 CB만 155억원 규모로, 발행될 신주는 1251만7049주(발행주식총수의 28.79%)에 달한다. 해당 CB들 대부분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발행됐으며, 이중 김형준 에이티세미콘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더에이치테크가 보유한 CB는 장외매도 됐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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