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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하락장에 CB 전환가액 조정 3배 급증…물량폭탄 주의보
올해 들어 리픽싱 공시만 209건…최저조정가도 속출
"지난해 막차 CB 급증…주식전환 물량폭탄 주의"
2022-02-10 06:00:00 2022-02-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증시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발행될 주식 수가 급격히 늘면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희석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공시는 총 209건이다. 일평균 9.08회의 리픽싱이 진행된 것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량(일평균 2.96회, 총 77회)의 3.07배에 달한다.
 
CB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맞춰 향우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사채를 말한다. CB에는 리픽싱 조항이 들어가는데, 리픽싱은 CB의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약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의 조정이 가능하며, 주가가 하락한 만큼 주식 발행 수량을 늘려 CB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는 구조다.
 
즉 낮아진 전환가로 주식 전환 수량을 늘린 뒤 이를 매도하면서 이익을 거두는 구조다. CB 투자자는 주가가하락해도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 안전을 보장받지만, 기존 주주들은 풀린 주식 수만큼 주가가 희석돼 ‘오버행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KH 필룩스(033180)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CB 리픽싱을 10회나 진행했다. KH 필룩스는 지난해부터 6차례에 걸쳐 75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이중 지난해 발행한 2개의 CB가 3차례씩 리픽싱됐으며, 올해 발행한 4개의 CB도 모두 1차례 리픽싱됐다.
 
리픽싱과정에서 전환가능한 주식수량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발행한 2개의 CB의 경우 총 455억원 규모다. 최초 전환가능 주식 수량은 총 1242만4385주로 발행주식총수의 9.04%였다. 해당 CB는 3차례 리픽싱을 거치며 발행 주식 수량이 2067만8932주로 늘었다. 이는 발행 주식 총수 대비 15.12%에 달한다. KH 필룩스가 올해 발행한 CB 리픽싱까지 모두 합칠 경우 향후 주식 전환가능한 CB수량은 발행주식의 23.56%다.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최저전환가액까지 떨어진 종목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의 경우 약정에 따라 최대 액면가에서부터 발행 당시 가격의 70~90%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이달 공시된 CB 리픽싱 중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에스트래픽(234300), 유틸렉스(263050), 휴온스글로벌(084110), 글로본(019660), 호전실업(111110), 씨앤지하이테크(264660), 원바이오젠(307280) 등이 최저조정가액까지 내려갔으며, 헬릭스미스(084990), 프로스테믹스(203690), SGA(049470) 등의 전환가액이 최저한도 근처까지 하락했다.
 
상장사들의 CB 리픽싱에서 투자자가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새로 발행되는 주식이 전체 주식 대비 얼마나 되는가다.
 
장원테크(174880)가 지난해 발행한 250억원 규모 CB의 경우 향후 주식전환 수량이 전체발행주식총수의 절반을 넘어선다. 장원테크는 지난해 CB발행 후 4차례 리픽싱을 진행했다. 발행 당시 해당 CB의 주식전환 가능 수량은 전체주식의 23.10% 수준이었다. 해당 CB는 4차례의 리픽싱을 거치며 전체발행 주식 수(1912만9453주)의 55.19%(1055만7432주)까지 늘었다. CB는 오는 26일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한데, 이들 주식이 동시에 시장에 풀린다면 기존 주주들은 주주가치 희석은 물론 대규모 매도 물량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주가가 상승할 경우 전환가액을 높일 수 있는 상향 리픽싱이 의무화했다. 다만, 이전에 발행된 CB에 대한 소급적용은 되지 않았다. 상향 리픽싱 의무화를 앞두고 CB발행이 급격히 늘었던 만큼, 향후 전환될 CB 물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12월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를 앞두고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CB 발행량이 기존보다 크게 늘었다”며 “향후 대규모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희석이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나올 수 있어 투자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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