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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현실화하나…은행들 플랫폼 구축 박차
신한·국민 등 이어 우리은행 CBDC 관련 인프라 구축
2021-07-12 14:16:33 2021-07-12 14:16:33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파일럿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은행들이 이를 취급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지만 확장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12일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 및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기반의 허가형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 CBDC 발행·유통·결제·환수 등의 시나리오 관련 파일럿시스템 구축,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자격증명 서비스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관련 예산만 38억원을 책정했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디지털 현금이다. 현금과 교환이 가능한 형태로, 한은이 직접 이용자들에게 발행할 수 있고 CBDC 보유자는 은행 등의 중개 없이도 자금 이체가 가능하다. 한은은 코로나19로 대비 중인 현금 없는 사회 도래가 빨라진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CBDC 도입을 위한 제도·기술적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파급력이 적지 않은 내용인 만큼 일단 한은은 도입 속도와 방향에 대해선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워낙 지급 결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그에 따라 CBDC 발행 필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국, 스웨덴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대신할 CBDC에 대한 준비를 가속하면서 은행들도 마냥 도입까지 기다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란 것이 CBDC와 같은 가상화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은행이 할 수 있는 유통 등 사업에 대한 기술력이 필요하단 생각에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CBDC를 둘러싼 기술 개발에 착수했거나 준비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다. 국민은행은 화폐 유통을 대비해 이를 담을 수 있는 전자지갑을 테스트 중이며, 하나은행은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를 비롯해 법인 보유의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해주는 커스터디(수탁) 사업에도 진출이 잇따른다. 은행들은 미술작품을 비롯해 부동산, 음원, 게임 등의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단순히 구매·보관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상품 운용, 연계 등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코인플러그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전문회사 '디커스터디' 합작 설립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국민·신한·농협은행도 관련 시장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 사업자들과의 협력에 나선 상태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실험에 착수하면서 은행들도 발 빠르게 관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29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강남고객센터 전광판에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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