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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혁신금융 손놓은 금융당국
사업구체화 난항…당국이 발목잡기도
2021-04-28 15:15:27 2021-04-28 15:15:27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의 혁신금융 성과가 예상보다 더디다. 요란하게 시작했던 것과 달리 사업 타당성 고민 없이 서둘러 진출에 나선 데다 금융당국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지난해 12월 금융혁신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사례로 선정된 '신한은행 음식주문 중개'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하고 사업 진행에 들어갔다. 당초 올 7월에는 요기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주문 중계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내부에선 개발 기한을 사업자 선정 이후에만 7개월 내외로 판단하고 있어 서비스는 일러야 연말께 구체화할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쏠에 탑재할지, 자체 플랫폼(앱)으로 낼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서비스 형태는 밝힐 순 없으나 최근 내부에서 사업 방향이 정해졌기에 구축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선보인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환전소' 내달 3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우리은행 본점 주차장 1곳에만 설치됐고, 환전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M'도 좀체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가입자가 9만6000여명으로 2019년 론칭 행사 당시 가입자 100만명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에는 크게 못 미친다.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은행권의 금융혁신서비스로 지정된 사례는 11건으로 이 중 실제 출시된 서비스는 6건에 불과하다. 규제 특례기간이 2년임을 고려하면 은행들은 사업 진출에도 빠듯한 시간을 준비에 보내고 있는 셈이다.
 
사업 진행이 더디거나 호응을 이끌지 못한 데는 은행의 경험 부족과 당국의 소극적인 행동이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제한된 시간 동안 기존 사업자가 즐비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살피고 신청해야 하는데, 혁신성만 앞세워 접수에 나서고 있다. 허가 이후에도 수억원에서 많게는 백억원대인 사업 진행 비용을 들어 진출에 소극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고, 사업 영역도 낯설어 규모가 클수록 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에 담당 임원이나 실무자도 보수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당국의 미적지근한 태도도 발목을 잡는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금융혁신서비스와 관련한 규제 67개 중 법·시행령 개정으로 정비가 끝난 규제는 13개(19.4%)에 불과하다.
 
단서조항을 달아 사업을 제한한 경우도 있다. 앞서 국민은행 리브엠은 출시부터 마케팅·판매 채널에 대한 부재가 지적됐다. 금융위가 최초 허가 시 '판매 구속행위 방지 조약'을 달아 은행의 적극적인 판매 행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달 14일 재연장을 허가하면서 비대면 채널(온라인, 콜센터)로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노조가 사측이 판매를 강매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탓이다. 은행 측은 기존에도 금융취약층을 제외하곤 온라인을 통해 가입자를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는 기존 통신사에서도 가입자 경험 비중이 41.8%(SKT 자체 조사, 작년 10월 기준)에 그치는 채널로 단기간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은행들이 혁신금융 시도로 금융업의 경계를 없애고자 노력 중이나 사업 타당성을 덜 살핀 데다 금융당국의 지원이 덜하면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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