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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늘고 비용 커지고…은행 디지털화 끙끙
수백억대 전산 신설 불가피…정부 혁신 내세워 "SI업체만 배불린다" 목소리도
2021-03-16 06:00:00 2021-03-16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정부 디지털금융 혁신 정책에 발 벗고 동참하고 있지만, 최근 늘어난 정보 처리량(트래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거래에 오픈뱅킹이 겹치면서 전산 수용이 버거워진 탓이다. 여기다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앞두면서 추가 전산 도입으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5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오픈뱅킹으로 은행 전산량이 과거 대비 급증하면서 데이터 처리 용량이 임계점까지 차올랐다"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서는 이를 전담 처리할 새 전산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각사별 수백억원대 추가 인프라 구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금융사에 가입된 내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9년 12월 은행권에서 서비스를 본격화해 지난해 12월부터는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증권사들도 참여했다. 문제는 고객들이 은행 거래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어 참여 대상이 늘수록 은행이 갖는 트래픽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실제 오픈뱅킹 이후 크고 작은 은행 전산장애가 잇따랐다. 2020년 하나은행(2월·3월), 케이뱅크(7월), 카카오뱅크(8월), 국민은행(10월) 앱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신한·우리은행(1월), 기업은행(2월)앱에서 오류가 나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류 종류도 △접속 오류 △로그인 오류 △이체 오류 △앱 꺼짐 현상 △앱 구동 지연 등 다양했다. 은행들은 당시 특판이나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로 일순간 접속이 몰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잠깐의 접속 장애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은행과 그 임직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제39조에 따라 장시간 전자금융 장애가 발생할 경우 징계처분이 내려진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2018년 추석께 발생한 전산장애와 관련해 기관경고, 과태료 처분 등을 받았다. 은행 관계자는 "전산 수용량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과거엔 60 정도로 유지되면서 거래 급증에 대비됐다"면서 "오픈뱅킹 이후에는 트래픽이 80~90 수준까지 올라가 일시적인 데이터 증가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표준 API(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가 적용되는 8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화를 예상한다. 이와 함께 트래픽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 요청하는 고객 데이터에 응하면서도 자행 서비스를 위해 타사 데이터를 받아야 해서다. 추가 전산망 구축이 불가피해지자 주요 은행들은 이미 관련 설비작업에 들어갔거나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구비한 상황이다.
 
마이데이터와 관련해서는 금융권에 조 단위 인프라 시장이 열리면서 SI업체가 그 혜택을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이 없더라도 남들과 같은 새 서비스를 주지 않으면 고객이 떠나갈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혁신금융에 보조를 맞춘 은행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젠 빅테크까지 가세하고 있어 비용부담은 늘고, 판매 시장은 뺏기는 현상을 우려 목소리가 크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최근 정부 디지털금융 혁신 정책으로 늘어난 정보 처리량(트래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전산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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