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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폭' 대책 시급하다)①'언택트' 교육의 그림자…'떼카' · '메신저 감옥' 더 늘었다
2019년 8.6%→2020년 11.7%…이메일·휴대전화·SNS가 범행 도구로
2021-02-22 02:00:00 2021-03-04 18:28:4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 A양은 한 단체 대화방에 초대를 받았다. 그 단체 대화방에는 피해자 포함 총 6명이 있었다. 다짜고짜 "중3때부터 XX쳐하고 저격당한 X 소개받지 말구 ㅠㅠㅠ" "인생 종 친 X이여 저 X은" "ㅋㅋㅋㅋㅋㅋㅋㅋ야" 등 피해자 A학생을 향해 욕설이 쏟아졌다.
 
# 중학생 B양은 자신도 모르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가 됐다. 그곳에는 10여명의 낯익은 이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B양을 불러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단체로 대화방에서 나갔다. 같은 일은 6~7차례 계속해서 이어졌고 견디다 못한 B양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최근 학교 교육의 디지털화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언택트 교육 시대에 도래하면서 사이버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등교일 수가 줄어들면서 신체에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학교 폭력은 조금씩 잦아들고 있는 반면, 사이버 학교 폭력은 날이 갈 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폭력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2019년8.6%에서 2020년 11.7%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버 학교 폭력의 종류는 이메일,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괴롭히는 행위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언어적 폭력인 이른바 '사이버 불링'이 문제다. 사이버 불링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의미하는 불링(bulling)이 합쳐진 단어다. 모바일 메신저와 SNS의 일상에 사이버 폭력과 왕따가 새로운 학교 폭력의 형태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대책 없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불링' 유형도 다양하다. 특정인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후 욕설을 퍼붓는 일명 '떼카'가 있는가 하면, 피해자가 단체 대화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를 하는 '메신저 감옥'도 있다. 따돌림의 대상만을 남겨둔 후 대화방을 모두 나가버리는 '방폭'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피해도 심각하다. 2019년 10월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청소년 자살·자해 예방을 위한 토론회(포럼)'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죽고 싶은 이유' 분석에서 청소년들은 사이버 괴롭힘 피해와 차별 경험을 단계별로 나눴을 때 각각 1점씩 증가할수록  '죽고 싶은 생각'이 각각 57.7%, 163.8% 높아진다고 답변했다.
 
가해자가 기소되더라도 피해자의 사이버 학교 폭력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일명 '혜린이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사이버 학교폭력 등을 통한 2차 피해와 보복피해 등을 견디다 못대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일수가 감소함에 따라 학교폭력 건수는 줄었지만 사이버폭력과 집단따돌림 비중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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